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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3일 오전 09:15

서정의 공간 2011. 7. 3. 09:30

**밤부터 남부지방에도 장맛비가 올거라는데, 해서인가

잔뜩 흐린 하늘 보며 떠오른 시가 하필 이 시였는지,

기생을 연구하는 국문학과 모 교수님은 기생 홍랑 얘기만 나오면

눈물짓더만, 난 왜 유독 梅窓이 좋은가 모르겠다.

 

"매창은 음악같이 내리는 梨花雨처럼 항상 부안인의 마음을 지금까지도 흐뭇하게

적셔주고 있으며 성격 또한 고결하여 비록 신분은 기생이었지만

정과 재주가 많아 사람들을 감동시킨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류시인이었다."

                                      --- 2005년 부안문화원 <매창집을 내면서> 발간사에서


 

한스러워라 / 梅窓

동풍 불며 밤새도록 비가 오더니
버들잎과 매화가 다투어 봄을 시새워
이 좋은 봄날에 가장 견디기 어려운 짓은
술잔 앞에 놓고 임과 헤어지는 일이라.

自恨
東風一夜雨 柳與梅爭春
對此最難堪 樽前惜別人

마음 속에 맺힌 정을 말할 길이 없어
꿈꾸는 듯도 하고 바보가 된 듯도 해라.
거문고를 안고서 <강남곡> 타 본다지만
이내 심사 들어줄 사람도 없네.

버들잎 푸르스름 안개가 서리서리 감돌아
꽃잎도 붉으스름 안개에 눌렸네.
나무꾼의 노래는 멀리서 메아리쳐 오고
고기잡이의 피리소리는 저녁놀 속에 스러지네.

 

----------시집 <梅窓> 중에서

 



 

***오랜만에 시집 <梅窓>을 펼쳐드는데 저절로 열리는 페이지가

'한스러워라'다. 술잔을 앞에 놓고 임과 헤어지는 일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는 구절에 매창과 함께 아파하며 읽고 또 읽었음이 분명하다.

부산문화회관에서 그의 연주를 들으며 '일본의 작은 거인'이라 이름붙였던

유키구라모토. 작은 키, 작은 손을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 회관을 가득 메운 사람의

심금을 울리던 그.

문득 매창과 유키구라모토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情人을 부안에서 서울로 보내고

많은 밤을 새웠을 매창의 안쓰러움을 따뜻한 연주로 보듬는다.

 

 

 

부안 매창뜸 : 매창의 情人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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