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영화

소금/박범신

서정의 공간 2015. 2. 5. 13:24





박범신 지음/한겨레출판사/2013.4.15./ 정가13,000



문장, 문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소재와 구성, 낯섦.

역시 소설가다웠다. 평범한 생각으로 사는 사람에게,

가정에 충실했던 한 가정의 가장이 어느날 사라지면서

전혀 엉뚱하게 구성된, 가족이 아닌 구성원끼리 만나 가족화

되어가는 이야기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차츰 가장 편에 서게 하고

이해하게 하는 희한한 마력으로 다가왔다.

 

최근 들어 가장 열렬하게 읽은 책이다.

 

우행 가름 해낙낙해낙낙 무연히 애바르게 애푸수수한 어연번듯한 어스레한 꽃그늘 설편 도담하다

오보록 쌓여 살차게 반주그레 생급스럽다 난치 느티 살똥스런 햇빛 대파 자귀질 거웃 명주바람

몰강스러운 드잡이하다 언필칭...

이런 순 우리말이 문장을 감칠맛나게 하면서도 한편 사전을 찾아가며 해석하게 하였으나

그런 작업이야말로 아무리 해도 좋은, 보람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버지1, 아버지2, 혹은 아버지10의 이야기!

『소금』은 가족의 이야기를 할 때 흔히 취할 수 있는 소설 문법에서 비켜나 있다. 화해가 아니라 가족을 버리고 끝내 ‘가출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소금』이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자본의 폭력적인 구조가 그와 그의 가족 사이에서 근원적인 화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특정한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온 ‘아버지1’, ‘아버지2’, 혹은 ‘아버지10’의 이야기다. 늙어가는 ‘아버지’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붙박이 유랑인’이었던 자신의 지난 삶에 자조의 심정을 가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묻고 싶다. 이 거대한 소비 문명을 가로지르면서, 그 소비를 위한 과실을 야수적인 노동력으로 따 온 ‘아버지’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부랑하고 있는가. 그들은 지난 반세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아니, 소비의 ‘단맛’을 허겁지겁 쫓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늙어가는 아버지들의 돌아누운 굽은 등을 한번이라도 웅숭깊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
소금은, 인생의 맛일세.”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