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문화』

태종대, 느리게 걷고 싶은 바닷길

서정의 공간 2015. 7. 24. 12:45

 

월간 <좋은수필> 2015. 8월호

테마화보

 

 

 

                               태종대,

 

                                       느리게  걷고 싶은 바닷길

 

 

 

 

 

 

 

 

 

 

 

영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태종대!

그 푸른 바다는, 20년 전에도 그 20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푸르다. 이곳을 일주하는 길, 한쪽은 수목이 우거진 야트막한 산이, 다른 쪽엔 동해바다가 펼쳐졌다. 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바다를 보며 걸으니 역시 ‘하아, 좋다’.

일반인 차량진입이 금지되어, 길가 영산홍이 소복이 피거나 칡넝쿨이 길 쪽으로 고개 내민 완만한 길을 걷기가 쾌적하다. 청정한 기운에 생각도 잠시 멈춘다. 세상 소음에서 벗어난 청각도 모처럼 아늑한 휴식을 갖는다. 등대 쪽으로 내려가, 왜구에 끌려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이나, 선녀들이 놀고 갔다는 넓고 평평한 신선바위에서 망망대해에 뜬 주전자섬을 바라보라. 혹 걷는 게 힘들면, 장난감 자동차 같은 순환열차를 타고 동화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도 좋을 터.

 

태종대는 입장료가 없다. 그저 간간한 바닷바람 쐬고 갈 여유만 가지면 된다. 단, 단번에 다 보았다고 하지 말 것. 바다와 산을 끼고 걸어볼 것, 태종사 500여종 수국과 눈 맞출 것, 유람선을 타고 ‘돌아와요 부산항’을 들으며 켜켜이 비경을 이룬 태종대를 볼 것, 등대자갈마당 평상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어볼 것, 회를 먹다 파도의 물벼락을 맞아볼 것….

 

태종대 입구에서 우측으로 가면 감지해변이 나온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탄다. 등대, 자살바위 자리의 전망대, 신선바위와 망부석, 조각한 듯 깎아지른 해안을 근심걱정 내려놓고 바라보자. 멀리 오륙도가 보일 쯤이면 유람선에서는 ‘돌아와요 부산항’ 노래가 흐르고, 배를 따르는 갈매기도 너울너울 춤을 춘다.

전망대는 자살바위 자리에 세워졌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 위태한 벼랑 위다. 이곳에 세운 모자상은 태종대의 대표 조형물이다. 바다로 뛰어내리려는 이가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을 돌리게 하려는 의도로 만들었다.

 

일주도로를 걷다보면 태종사를 만난다. 이 사찰은 태국, 미얀마 등지의 스님들이 머물다가는 이국적인 절이다. 초여름 이곳은 그야말로 수국 천지다. 6월 중순께부터 꽃망울을 피운 수국이 7월초면 흐드러지게 피어 절은 수국에 파묻힌다. 수십 년 가꿔온 이곳의 보물, 수국. 11회 째인 수국축제가 올해는 한 주 앞당긴 6월 27일부터 9일간 열렸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해안 절경에 취해 활을 쏘며 즐겼던 곳이라는 유래가 있는 태종대. 산도 태종산이다. 살며 답답할 때 불쑥 달려가고 싶게 하는 화통한 바다. 한결같이 반겨주는 고향친구처럼 그곳을 지키는 태종대. 태종대의 추억은 늘 같은 길 위에서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