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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학오디세이1권>오시리스의 땅

서정의 공간 2015. 11. 6. 16:16

 

 

거꾸로 흐르는 땅

 

 

 약 3,000년 전 일이다. 이집트인들이 메소포타미아에 당도했을 때 크게 놀랐다고 한다. 강물이 거꾸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이라곤 나일 강만 보고 살아왔던 그들에게, 강이라면 마땅히 남에서 북으로 흘러야 했다.그런데 이 강은 뻔뻔스럽게도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잖은가. 하류에서 상류로 흐르는 이 괴상한 강에 깊은 인상을 받은 투탕카멘 1세는 친히 비석에 이런 글귀를 새여, 유년기 인류의 미숙함을 영원히 기념하게 된다.

 

 

-------"유프라테스강은 물의 흐름을 일변하여 거꾸로 상류로 향한다."

 

 

 이 시기 이집트의 아침은 동쪽 창을 여는 의식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들은 매일 아침 신관神官이 동창을 열지 않으면 해가 하늘에 입장할 수 없다고 믿었다. 어느 의심 많은 철학자 얘기가 이해에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아침에 해가 뜨리라는 기대는 이제까지 매번 그랬기 때문에 생긴 습관일 뿐,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18세기에 가장 개화된 나라에 살았던 찰학자조차 내일 아침 해가 뜰 것을 보장하지 못했는데, 그보다 몇 천 년을 덜 산 사람들이야 일러 무엇하리.

 어쨌든 밤마다 불안에 떨며 잠자리에 드는 것보다야 멍청한 쪽이 훨씬 낫지 않은가. 게다가 이 멍청한 주술은 놀랍게도 언제나 효험이 있잖은가.

 

 세계 최초로 기하학을 만든 이집트인들의 추상 능력에도 이런 한계가 있었다. 이들의 어리석음을 용서하기로 하자. 왜냐하면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통해 우리는 추상적 사유를 발전시킬 수 있었기 대문이다. 이런 실수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다양한 사물들속에서 공통된 요소를 뽑아 개념을 만들고, 다양한 현상들 사이에 되풀이되는 안정적 연관을 찾아내 법칙으로 확정할 수 있었다. 이런 실수가 없었다먼,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소 떼를 찾아 광활한 대지를 헤매고 있을 거다.

 

 

 

영원을 향하여

 

 이집트 예술은 그리스 예술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집트의 벽화나 회화에 그려진 인물은 대개 머리는 옆을 향하고, 상체는 앞을 향하며, 다시 발은 옆을 향한다. 연못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으로 묘사되고, 노니는 물고기는 옆으로 누워 있다. 이런 특이한 묘사 방식에 학자들은 '정면성의 원리'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원리가 노리는 건 무얼까. 사물의 특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측면에서 묘사하여, 되도록 사물의 형태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인간의 얼굴은 옆에서 볼 때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다. 반면 가슴은 앞에서 봐야 거기에 달린 두 팔이 보일 거다. 한편 발은 정면보다는 옆에서 볼 때 그 특징이 훨씬 잘 드러난다. 또 연못은 위에서 내려다볼 때, 물고기는 누워 있을 때, 그 형태가 온전히 드러난다.

 

 이집트인들은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데에 별로 관심이 없었나 보다. 그들은 사물을 묘사할 때, 그들이 이미 여러 각도에서 보았던 시작적 정보를 분석하여 그 사물의 본질적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도록 하나의 그림 안에 시각적 종합을 제시했다. 우연적이며 일시적인 인물의 동작이나 자세는 그들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건 본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인물의 모습을 제시하는 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예술은 하나의 시각적 추상인 셈이다.

 

 

 

 하지만 추상은 차갑다. 가령 우리집 뽀삐는 귀엽게 짖지만, 개라는 개념은 결코 짖지 않는다. 시각적 추상도 마찬가지다. 거기서도 인물은 개념만큼이나 차갑게 나타난다. 또 모든 추상은 일반적이다. 가령 개의 개념은 우리집 뽀삐와 악명 높은 쌀집 도사견을 구별하지 않는다.둘 다 '개'다.

 

 마찬가지로 시각적 추상도 일반적 특징을 보존하기 위해 사물의 개별적이며 개성적인 측면을 제거한다. 때문에 거기서 인물은 구체적인 어떤 인간이 아니라 인간 일반으로 나타난다. 가령 하쳅수트 여왕의 탄생을 그린 이집트의 벽화는 갓 태어난 여왕을 사내 아이로 묘사하고 있다. 성별 따위는 제왕의 본질이 아니니까. 개는 죽어도 개의 개념은 결코 죽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집트의 인물상은 결코 죽을 것 같지 않고, 삶과 죽음을 넘어선 저 영원한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는 듯이 보인다.

 

 

 

 

*오시리스 : 스핑크스상 아래에는 거대한 지하 신전이 마련되어있다. 이곳은 이집트 신들 중 가장 위대한 신이라 일컫는 오시리스(Osiris)의 신전이다. 오시리스는 내세의 신으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신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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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오디세이1> , 진중권 지음, 63~66쪽

 

 

 

 

 

출처 : 수필과비평 작가회의
글쓴이 : 김나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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