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흐르는 강물처럼』- ①보이지 않는 책
『흐르는 강물처럼』- 보이지 않는 책
시크 트란시트 글로리아 문디sic transit gloria mundi.
사도서간에서 사도 바울은 인간의 처지를 이렇게 정의했다. '세속의 영광은 덧없다.'고. 그러나 사람들은 덧없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왜일까. 브라질의 유명한 시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래해야만 하네
그 어느 때보다 더, 노래해야만 하네
근사하지 않은가. 이 시는 미국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의 다음과 같은 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장미는 장미는 장미는 장미.'
그렇게 모라이스는 우리가 단지 노래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설명도, 정당화도, 은유도 사용하지 않는다.
브라질 문학아카데미 원장에 취임하자마자 나는 제일 처음 회원들을 하나하나 방문했다. 그때 호수에 몬텔루라는 회원이 내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가 사는 마을을 지나는 길을 따라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째서일까. 그래서, 그 길에서 우리가 찾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익숙한 안락함을 떨치고 도전에 응하도록 우리를 충동질하는 이 힘은 무엇일까. 지상에서의 삶이 덧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충동 덕분에 우리가 삶의 의미를 좇게 된다고 확신한다.
오랜 세월 동안 나는 그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찾아왔다. 책을 읽고, 예술과 학문을 탐구하고, 험한 길이든 편한 길이든 내가 발 디딘 곳이라면 어디에서건 그 답을 구했다. 그리고 많은 답을 찾아냈다. 어떤 것은 몇 년이 흘러도 유효했고, 어떤 것은 단 하루도 넘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보다 더 강렬한 답을 찾은 적은 없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삶의 의미다.'
이제 나는 우리 삶에 궁극적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창조주 앞에 다시 서는 날, 우리가 잡거나 놓친 기회들을 깨닫게 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리라. 1890년의 한 설교에서 목회자 헨리 드루먼드는 창조주와의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 순간 인간 존재가 당면하는 가장 큰 질문은 '얼마나 열심히 믿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는가'입니다. 종교의 궁극적 질문은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 무엇을 믿었느냐,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얼마나 사랑에 인색했느냐는 것입니다.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추궁당하지 않습니다. 심판의 자리에서 헤아리는 것은 우리가 행한 잘못이 아니라, 행하지 않은 선善입니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랑을 내 안에만 가두어두는 것은 그리스도의 영혼을 부정한 것이고, 우리가 진정 그를 알지 못했고, 그가 우리에게 베푼 사랑이 무의미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지상에서의 영광은 덧없다. 극덧은 우리 삶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우리의 삶은 자아의 신화를 이룰 것인지, 자신의 유토피아를 믿고 그것을 위해 싸울 수 있는지에 의해 좌우될 뿐이다. 우리는 모두 삶의 주인공이다. 또한, 가장 오래갈 발자취를 남기는 이들은 대때로 익명의 영웅들이기도 하다.
『도덕경』을 읽고 깊이 감동한 한 일본 승려가 그 책을 일본어로 번역 출간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그가 『도덕경』을 번역하고 인쇄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기까지는 꼬박 십여 년이 걸렸다. 그런데 그 무렵, 나라에 역병이 창궐했다. 승려는 모은 돈을 병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쓰고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시 십 년 후 책을 인쇄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지진이 일어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도처에 생겨났다. 승려는 집 잃은 사람들이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돈을 기부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십 년 동안 돈을 모아 원력을 이루었고, 드디어 일본인들은 『도덕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자들은 말한다. 그 승려는 『도덕경』을 세 권 펴냈다고. 두 권은 보이지 않는 책이고, 한 권은 보이는 책이다. 그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믿었고, 선한 싸움을 계속했고, 목표를 향한 신념을 잃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를 잘 보여준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책, 타인을 향한 관용으로 이루어진 책이 서재에 꽂혀 있는 그 어느 책보다 중요하다.
파울로 코엘료,『흐르는 강물처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