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마음의 풍경3

풍경, 풍경

서정의 공간 2005. 5. 14. 16:54

 

풍경 하나:

 


 

 

 

 봄이 나른하니 피어오르는 오월 어느 날

 논 둑 길을 걷는 두 남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키 작은 남자는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여자에게 뭐라고 말을 걸고

 여자는 더없이 다정하게 답을 해 준다.

 산책을 할 줄 아는 마음과

 같은 산책로를 걸을 수 있는 마음과

 오월이 한데 어우러져 따뜻한 한 풍경이 되었다.

 

 

 

 

 풍경 둘:

 

 

 

 

밭 아래쪽의 호수도 나른한 점심 나절

아들과 아버지로 보이는 두 남자가 흙을 일구고 있다.

묵은 땅을 갈아 엎어 씨를 뿌리려 함일 것이다.

아들은 이따금 딴 전도 피우고 자주 허리도 펴는데

오른 손을 못쓰는 아버지는 한 눈 팔지 않았다.

한 손으로 땅을 파고 괭이를 가랭이 사이에 끼운 후 다시 왼 손으로

돌멩이를 집어 밖으로 던졌다.

교과서의 어떤 좋은 글 보다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뒷 편, '댄서의 순정'이란 차의 광고가

이런 삶에는 무심한 듯 어울리지 않는 배경화면처럼 서 있다.

 

 

 

풍경 셋:

 





 

KTX 안, 동대구역에서였다.

내릴 사람은 내리고 탈 사람은 타는 경부선의 한 구간이다.

늘씬한 여자와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 앞자리에 앉았다.

기차가 동대구역을 떠나려 하자 남자의 팔이 여자의 어깨를 안는다.

그새, 못참고서 애정 표현을 하나보다, 여겼다.

그런데

창 밖으로 또 다른 여자 하나가 기차에 탄 여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두뇌에 빠른 회전이 일어난다. 터질 듯 내 가슴속에 뭔가가 끓어 오른다.

기차에 탄 여자는 손도 못 흔들고 눈시울을 손으로 누르고 있다.

밖의 남겨진 여자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짧은 만남 후 긴 이별의 시작인 모양이었다.

눈물은 전염이 빠르다.

나도 어느새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고개 돌린 여자의 눈이 발갛다.

여자의 사연이 깊은 눈 안에 들어 있다.

 

 

 

 

 

 

 


 

풍경 넷:

 

 

 

22시가 넘은 지하철 안,

승객들도 한산한 시간, 느긋하게 뒤로 기대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모처럼 듣는 선율에 피로가 싹 가신다. 잠시 앞에 앉은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스커트 무릎위에 올려 놓은 종이 가방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 있다.

김밥이다. 주변의 눈치를 슬쩍 봐가며 그 시간 고픈 배를 채우고 있다.

무안한지 그 여자,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머금는다.

나는 괜찮다며 더 크게 웃어 주었다.

모처럼 만난 사라브라이트만은 내 안에 파고 들고

사람들이 우수수 일어나는 걸 보니 환승역인가 보다.

헐레벌떡 일어난다. 비몽사몽간이나 소주 두 잔 정도의 알콜섭취나

그 상태는 비슷한 것 같다.

일행도, 그녀도, 나도 환승역에서 뿔뿔히 흩어졌다.

인생이란

사방으로 뻗은 거미줄 같은 각자의 길을 뿔뿔히 따로 흩어져 가는 것,

 

 

 

 

 

 

x-text/html; charset=EUC-KR" hidden="true" loop="true"> ♪ Yoshimata/so-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