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터치] 신육아 풍속도 /김나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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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23 19:23:41
- | 본지 26면
학조모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조모가 손수 육아를 맡는 세태를 잘 드러낸 말이 아닌가 한다. 우선 나부터 그렇고, 주변 또래들 현실을 보더라도 그렇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네 살배기 손자가 엎어져 미간을 크게 다쳤다. 비가 오는 날 병원 갔다 오는 길에 아이 상처만큼 내 마음도 상했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갈 때는 택시를 금방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돌아올 땐 사정이 달랐다. 폭우를 동반한 바람이 몰아치는데 우산이 날아갈 정도였다. 빈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택시를 잡아야 해서 고 어린 것을 인도에 두고 찻길로 내려서서 저만치서 오는 빈 택시를 손짓했다. 다행히 택시가 가까이 다가왔다. 안도하며 돌아서서 인도로 올라가 아이 손을 잡고 택시로 향하는데, 빌어먹을 택시가 달아나는 거다. 그때의 난감함이란 서글픔을 떠나 울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승용차라도 세울까 하며 발을 동동거리다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KBS2 TV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친할머니의 손자 육아 환경을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이가 많을 줄 안다. 드라마 속 시어머니는 손녀를 봐준답시고 며느리 출퇴근 시간까지 조목조목 따진다. 워킹 맘인 며느리에게 아이를 친정에 맡기지 말라고 하고, 시어머니인 본인이 손녀 육아를 맡으면서 며느리의 마음고생을 시킨다.
한데 이 까탈스러운 시어머니가 이해된다. 그 시어머니는 자신이 떠안은 육아에 대한 생색인 동시에 만만한 며느리에게 하는 스트레스 해소 방편쯤 될 것이기에 그렇다.
한때는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들 했다. 한데 앞으로는 이 말도 머지않아 바뀔 것 같다. 아들 낳으면 만세 부르고, 딸 낳으면 손주 봐야 한다고. 이는 모든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육아 맡기기를 꺼리다 보니 대부분 친정에 맡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만 낳은 시어머니 팔자가 좋다고들 우스갯소리도 한다.
왕성하게 활동하며 잘나가던 누구누구도 아이를 본다는 말이 들린다. 그런 말에 동지를 만난 듯 은근히 위로가 된다. 아이를 본다고 하면 힘들겠다는 말부터 한다. 일일이 상황 설명하지도 못하는 이 일을 또 한 사람 떠맡았구나 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육아가 힘든 것만은 아니다.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함께하며 보람도 크고, 웃을 일도 많다. 하지만 날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고, 체력이 바닥나는 일이 거듭된다. 취미생활에도 제약을 받는다. 모든 건 아이들에 맞춰 돌아가야 하니 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육아 문제에는 할머니와 손주 사이에 그 부모가 끼어 있다. 해서 육아 방법 문제로 소소한 갈등이 생기는 것 역시 마음 상하는 일부가 된다. 얼마 전 네 살배기 아이의 장이 심하게 탈 났다. 그날 너무 피곤해 큰애가 좋아하는 중국 음식을 모처럼 시켜 먹긴 했다. 하지만 탈이 난 애는 몇 젓가락 먹지도 않았다. 그것도 다음 날 저녁에 배탈이 났는데 밀가루 음식을 먹였다고 투덜대는 거다. 마음이 상해 다음 날부터는 빨랫거리도 미뤄두고, 마른빨래도 개지 않았다. 그리하니 몸이 잠시 쉴 수 있어 한결 수월했다.
그러나 그게 며칠 가겠는가. 일거리를 두고 앉아 쉬기란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하지 못한다. 며칠 지나 다시 원래대로 반찬부터 빨래며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있다. 잠시 소파에 앉을 짬도 없다. 여유롭게 전화를 받을 수도 없다. 황혼 육아의 현실이다.
같은 환경에 처한 할미끼리 모이면 이런 얘기로 흥분한다. 자녀 결혼시키면 해방될 줄 알았는데 이게 뭐냐고. 이래서 젊은 노년이 우울하다. 이제 한가롭게 살아볼까 싶은데 거부할 수 없는 일거리를 떠맡았으니 그렇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네 살배기 손자가 엎어져 미간을 크게 다쳤다. 비가 오는 날 병원 갔다 오는 길에 아이 상처만큼 내 마음도 상했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갈 때는 택시를 금방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돌아올 땐 사정이 달랐다. 폭우를 동반한 바람이 몰아치는데 우산이 날아갈 정도였다. 빈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택시를 잡아야 해서 고 어린 것을 인도에 두고 찻길로 내려서서 저만치서 오는 빈 택시를 손짓했다. 다행히 택시가 가까이 다가왔다. 안도하며 돌아서서 인도로 올라가 아이 손을 잡고 택시로 향하는데, 빌어먹을 택시가 달아나는 거다. 그때의 난감함이란 서글픔을 떠나 울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승용차라도 세울까 하며 발을 동동거리다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KBS2 TV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친할머니의 손자 육아 환경을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이가 많을 줄 안다. 드라마 속 시어머니는 손녀를 봐준답시고 며느리 출퇴근 시간까지 조목조목 따진다. 워킹 맘인 며느리에게 아이를 친정에 맡기지 말라고 하고, 시어머니인 본인이 손녀 육아를 맡으면서 며느리의 마음고생을 시킨다.
한데 이 까탈스러운 시어머니가 이해된다. 그 시어머니는 자신이 떠안은 육아에 대한 생색인 동시에 만만한 며느리에게 하는 스트레스 해소 방편쯤 될 것이기에 그렇다.
한때는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들 했다. 한데 앞으로는 이 말도 머지않아 바뀔 것 같다. 아들 낳으면 만세 부르고, 딸 낳으면 손주 봐야 한다고. 이는 모든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육아 맡기기를 꺼리다 보니 대부분 친정에 맡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만 낳은 시어머니 팔자가 좋다고들 우스갯소리도 한다.
왕성하게 활동하며 잘나가던 누구누구도 아이를 본다는 말이 들린다. 그런 말에 동지를 만난 듯 은근히 위로가 된다. 아이를 본다고 하면 힘들겠다는 말부터 한다. 일일이 상황 설명하지도 못하는 이 일을 또 한 사람 떠맡았구나 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육아가 힘든 것만은 아니다.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함께하며 보람도 크고, 웃을 일도 많다. 하지만 날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고, 체력이 바닥나는 일이 거듭된다. 취미생활에도 제약을 받는다. 모든 건 아이들에 맞춰 돌아가야 하니 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육아 문제에는 할머니와 손주 사이에 그 부모가 끼어 있다. 해서 육아 방법 문제로 소소한 갈등이 생기는 것 역시 마음 상하는 일부가 된다. 얼마 전 네 살배기 아이의 장이 심하게 탈 났다. 그날 너무 피곤해 큰애가 좋아하는 중국 음식을 모처럼 시켜 먹긴 했다. 하지만 탈이 난 애는 몇 젓가락 먹지도 않았다. 그것도 다음 날 저녁에 배탈이 났는데 밀가루 음식을 먹였다고 투덜대는 거다. 마음이 상해 다음 날부터는 빨랫거리도 미뤄두고, 마른빨래도 개지 않았다. 그리하니 몸이 잠시 쉴 수 있어 한결 수월했다.
그러나 그게 며칠 가겠는가. 일거리를 두고 앉아 쉬기란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하지 못한다. 며칠 지나 다시 원래대로 반찬부터 빨래며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있다. 잠시 소파에 앉을 짬도 없다. 여유롭게 전화를 받을 수도 없다. 황혼 육아의 현실이다.
같은 환경에 처한 할미끼리 모이면 이런 얘기로 흥분한다. 자녀 결혼시키면 해방될 줄 알았는데 이게 뭐냐고. 이래서 젊은 노년이 우울하다. 이제 한가롭게 살아볼까 싶은데 거부할 수 없는 일거리를 떠맡았으니 그렇다.
정신이 번쩍 나는 정부의 대책이 없을까. 워킹 맘과 황혼 육아 맘, 아이에 다 좋은 그런 대책 말이다. 이대로라면 점점 아이 낳기를 꺼릴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 봐 줄 사람이 없으면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까지 접어야 하는 현실,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육아를 거부하지 못하는 조부모는 슬프다.
수필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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