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의 구월 아침
가을엔 스쳐가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개선장군이 앞세운 나팔처럼,
새벽을 깨우는 기상닭의 벌어진 입처럼,
동구밖에서 주인 오기를 기다리는 강아지의 쫑긋한 귀처럼,
솜털을 보스스 세우고 아침을 맞는 보라색 선명한!
대문간 위의 버려진 흙에서 저혼자 나고 자란 나팔꽃.
언제부터인가 구기자와 강아지풀과 오순도순 한 삶을 이루고 있다.
물깻잎 또는 물상추라고도 하던데.
투박하게 빚은 그릇을 제 집으로 주었다. 일가를 이루라고.
개구리밥 일명 부평초.
왜 인생을 부평초같다고 하는지.
아래의 꽃처럼 백설같고 백합같은 예쁜 꽃이 피고지고피고지고.
노란 꽃술과 하얀 꽃잎의 색의 대비가 참 선명한.
뒤쪽의 부레옥잠은 연보라꽃을 피우고피우다가 산후 휴식 중.
역시 물깻잎, 넓적하게 자라면 손바닥보다도 큰. 새끼도 잘 치는.
작은 탱자만한 선인장이 이렇게 컸다. 화초가 싫어하는 것만 하지 않으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햇볕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듯. 옆에 막 싹터나오는 새순이
앙증맞다. 놀라운 탄생이다.
민들레 사이로 삐죽 솟아오른 잡초. 이름있는 것만 화초더냐. 이름없는 잡초도
살 권리가 있는 걸. 잡초도 아름답다.
05.09.11
아름다운 구월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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