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끈질기고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이름 붙이기를 '튀긴쌀꽃'

지난 봄에 캐어온 뱀딸기는 줄기만 닿으면 뿌리를 내리는 근성을 가지고 있었다.
온 화분을 잠식하려는 줄기를 종종 거두어 올려줘야 했다. 다른 꽃들을 괴롭히므로. 보아주지 않아도 여전히 꽃망울을 맺고 딸기를 맺는 뱀딸기.

며칠 전 친구랑 밥 먹으러 갔던 식당에서 슬쩍 한 뿌리 뜯어와 심었더니 세상에나
꿋꿋하게도 꽃을 피웠다. 얼마나 기특한지, 얼마나 예쁜지.

수많은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는 줄도 모르는 무지한 주인은 분갈이를 해 버렸다. 새로운 토양에 적응해야 하는 그 와중에도 꽃대를 올리고 보란듯이 꽃을 피워 주인을 미안하게 만든다.

좀체 마음에 드는 화분이 없어 그릇굽는 곳에서 주문한 화분, 지난 여름, 여기에다 오밀조밀 참한 풀들을 심어놓고 애지중지했는데, 더위를 피해준다고 실내에 들였다가 몽땅 익혀죽게 하였다.

친구집에서 가져온 풀, 친구의 말대로 역시나 뜯어 심는 곳마다 이리 무성히 번지고 있다. 자기의 영토를 뺏겨버린 민들레, 내년 봄을 기대한다.
그 보다는 저 풀 아래에 수선화와 히야신스 뿌리가 숨쉬고 있을텐데 어쩔랑가 모르겠다.

물깻잎이라 하는데 가운데의 이파리 몇 개가 벌써 생겼다. 그늘에서만 잘 자란다고. 얼른 커야 더 넓은 곳으로 옮겨 줄텐데. 사실은 저 옹기는 간장 그릇용으로 사 온 것인데, 간장보다야 훨씬 낫겠지.

지독히도 자라지 않는,
사진을 찍고 보니 통통히 살이 오른 벌레가 있어서 당장 나가보았더니 녀석 그새
햇볕을 피해 맨 바닥에 숨어 있다. 풀을 갖다 대니 금새 올라붙는다. 죽이자니 그렇고 수돗물로 떠내려 보내렸더니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이름하여 모듬화분,
딸기 대야에 구멍을 뚫고 화분을 만들었다. 무려 세 가지가 심겨져 있다. 화초도 끼리끼리 모여 있어야 잘 자란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볼품도 없는 이 화분의 풀들은 잡초처럼 싱싱하다.

연신 장독을 타고 내려오는 뱀딸기 줄기와 고만고만한 식구들. 새벽마다 마당에 나가 눈을 맞추고 쓰다듬어 주는 것들이다. 왼쪽의 하얀 쌀밥같은 꽃이 피는 것과 꺾꽂이 해 놓은 국화와 바이올렛과 선인장과 서양란들은 얼굴도 못 내밀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그들이 생기를 머금으면 나도 덩달아 생기가 돈다. 야생화를 여름에 무더기로 익혀 죽여 마음이 아프다. 지나친 관심도 때로는 독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음악처럼 친구처럼 간간히 그 앞에 쪼그리고 앉게 만드는 내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이 안부를 전한다.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Gnossienne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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