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景이 있는 글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서정의 공간 2004. 9. 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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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끈질기고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이름 붙이기를 '튀긴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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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캐어온 뱀딸기는 줄기만 닿으면 뿌리를 내리는 근성을 가지고 있었다.

온 화분을 잠식하려는 줄기를 종종 거두어 올려줘야 했다. 다른 꽃들을 괴롭히므로. 보아주지 않아도 여전히 꽃망울을 맺고 딸기를 맺는 뱀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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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랑 밥 먹으러 갔던 식당에서 슬쩍 한 뿌리 뜯어와 심었더니 세상에나

꿋꿋하게도 꽃을 피웠다. 얼마나 기특한지, 얼마나 예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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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는 줄도 모르는 무지한 주인은 분갈이를 해 버렸다. 새로운 토양에 적응해야 하는 그 와중에도 꽃대를 올리고 보란듯이 꽃을 피워 주인을 미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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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체 마음에 드는 화분이 없어 그릇굽는 곳에서 주문한 화분, 지난 여름, 여기에다 오밀조밀 참한 풀들을 심어놓고 애지중지했는데, 더위를 피해준다고 실내에 들였다가 몽땅 익혀죽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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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에서 가져온 풀, 친구의 말대로 역시나 뜯어 심는 곳마다 이리 무성히 번지고 있다. 자기의 영토를 뺏겨버린 민들레, 내년 봄을 기대한다.

그 보다는 저 풀 아래에 수선화와 히야신스 뿌리가 숨쉬고 있을텐데 어쩔랑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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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깻잎이라 하는데 가운데의 이파리 몇 개가 벌써 생겼다. 그늘에서만 잘 자란다고. 얼른 커야 더 넓은 곳으로 옮겨 줄텐데. 사실은 저 옹기는 간장 그릇용으로 사 온 것인데, 간장보다야 훨씬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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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자라지 않는,

사진을 찍고 보니 통통히 살이 오른 벌레가 있어서 당장 나가보았더니 녀석 그새

햇볕을 피해 맨 바닥에 숨어 있다. 풀을 갖다 대니 금새 올라붙는다. 죽이자니 그렇고 수돗물로 떠내려 보내렸더니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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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모듬화분,

딸기 대야에 구멍을 뚫고 화분을 만들었다. 무려 세 가지가 심겨져 있다. 화초도 끼리끼리 모여 있어야 잘 자란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볼품도 없는 이 화분의 풀들은 잡초처럼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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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장독을 타고 내려오는 뱀딸기 줄기와 고만고만한 식구들. 새벽마다 마당에 나가 눈을 맞추고 쓰다듬어 주는 것들이다. 왼쪽의 하얀 쌀밥같은 꽃이 피는 것과 꺾꽂이 해 놓은 국화와 바이올렛과 선인장과 서양란들은 얼굴도 못 내밀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그들이 생기를 머금으면 나도 덩달아 생기가 돈다. 야생화를 여름에 무더기로 익혀 죽여 마음이 아프다. 지나친 관심도 때로는 독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음악처럼 친구처럼 간간히 그 앞에 쪼그리고 앉게 만드는 내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이 안부를 전한다.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Gnossienne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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