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대원사 가는 길에~~

지리산의 대원사가는 길의 계곡, 비가 와서 콸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저런 세찬 물살에서 견딜 앙금이란 없을 것 같다. 내 안에 쌓인 앙금들도 다 씻어 내리는 중.

다리 아픈 누구든지 앉으라고 늘 그곳에 있었을 의자,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때에 느긋하게 저 의자에 앉아서 계곡물 소리를 듣고 싶었다. 나는 언제 누군가의 안락한 의자가 되어볼꼬.
이끼조차 싱싱해 보이는 산 속에서는 문명도 훼방꾼이다.
걸어가지 않고 숱하게 오르내리는 승용차 때문에 보행자뿐 아니라 푸른 산도 공해에 찌들고 있는지도.

부도밭
부도:고승(高僧)의 사리나 유골을 넣고 쌓은 둥근 돌탑.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인 대원사 입구에서 부도밭을 만나게 된 것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정호승/부도밭을 지나며
사람은 죽었거나 살아 있거나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따뜻해야 하고
사람은 잊혀졌거나 잊혀지지 않았거나
그 이름을 불렀을 때 눈물이 글썽해야 한다
눈 내리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누군가 걸어간 길은 있어도
발자국이 없는 길을 스스로 걸어가
끝내는 작은 발자국을 이룬
당신의 고귀한 이름을 불러본다
부도 위에 쌓인 함박눈을 부르듯
함박눈! 하고 불러보고
부도 위에 앉은 작은 새를 부르듯
작은 새! 하고 당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사람들은 오늘도 검은 강물처럼 흘러가
돌아오지 않지만
더러는 강가의 조약돌이 되고
더러는 강물을 따라가는 나뭇잎이 되어
저녁바다에 가닿아 울다가 사라지지만
부도밭으로 난 눈길을 홀로 걸으며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들린다
누가 줄 없는 거문고를 켜는 소리가
보인다 저 작은 새들이 눈발이 되어
거문고 가락에 신나게 춤추는 게 보인다
슬며시 부도 밭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 손을 잡아주는
당신의 맑은 미소가 보인다

산을 내려와 냇가에 점심자리를 폈는데 옆자리의 저 남자들, 가스통까지 준비하여 단고기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독특한 냄새가 맑고 푸른 들에 번지니 그 고기를 마다않는 사람조차 속이 메슥거려한다. 일부 사람들은 바람따라 움직이는 그 찐한 냄새에 코를 막고 안절부절못한다.
아무리 먹는 음식이라 하나 주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안일한 행동이다. 때와 장소를 구별하는 정도의 매너는 갖추었으면.

맛있는 식사 후에 수박과 커피까지 먹고 난 후 냇물에 발을 담그니, 내가 곧 임금이다. 금방 발이 시려온다.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의 입술이며 피부가 시퍼렇다. 물에 몸 담그지 않고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피서다.
칠월은 푸름의 달이다. 산은 수풀이 우거져, 들은 벼가 출렁거려 온통 푸르렀다. 눈 속에 푸른색을 찰랑찰랑 담고 왔다.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야금야금 파 먹으며 한동안 숨통이 틔일 것 같다.
200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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