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국 개미취 쑥부쟁이...국화로 총칭되는 가을의 꽃들도 십일월에 탄생하는 한 쌍의 신혼부부를 축하한다.

학처럼 고고하고 단아한.

신부처럼 화사하고 신부처럼 수줍은, 파스텔 꽃 색에서 파스텔 향기가 피어오른다.

우아하고
기품있다.

이 순백의 자리는, 이처럼 깨끗한 한 쌍의 남녀가 앉을 자리이다.

증인이 함께 한 자리에서 선서하다.
나는 아플 때나 괴로울 때나 힘들 때나 슬플 때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며 신의를
지킬 것을...

축복이다. 이들의 앞날에 따스하게 내리는 빛의 축복이다.

매번 결혼축가를 불러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화려한 결혼식보다는, 병풍같은
웨딩 사진보다는, 수첩만한 사진 하나만 찍더라도 한 번 맺은 백년가약이 오래오래
지속되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화목하게 잘 살았으면 하고 진심으로 기원하게 된다.
이제는 내가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면 하고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서 있을 내 아들딸을 생각하게 된다. 부모석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던가, 애지중지 키운 딸을 품에서 떠나보낼 내 마음을 헤아리며
미리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사진을 아무리 근사하게 찎으면 뭐하는가, 결혼식을 아무리 성대하게 치루면 뭐하는가.
신혼여행을 돈 들여 외국여행하면 뭐하는가,
오순도순 사이좋게 잘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고 효도가 아닌가 싶다.
'축하축하축하 당신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 축하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또 한 쌍에게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며 오늘 탄생한 부부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축가를 부르며 그들에게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그만한 축복이 있을 것을 믿는다.
유독 많았던 하객들이 보낸 축복이 그들 앞날에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십일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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