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景이 있는 글

측복

서정의 공간 2004. 11. 7. 19:37

 

 

 감국 개미취 쑥부쟁이...국화로 총칭되는 가을의 꽃들도 십일월에 탄생하는 한 쌍의 신혼부부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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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처럼 고고하고 단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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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처럼 화사하고 신부처럼 수줍은, 파스텔 꽃 색에서 파스텔 향기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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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기품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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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백의 자리는, 이처럼 깨끗한 한 쌍의 남녀가 앉을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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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이 함께 한 자리에서 선서하다.

나는 아플 때나 괴로울 때나 힘들 때나 슬플 때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며 신의를

지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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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다. 이들의 앞날에 따스하게 내리는 빛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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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결혼축가를 불러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화려한 결혼식보다는, 병풍같은

웨딩 사진보다는, 수첩만한 사진 하나만 찍더라도 한 번 맺은 백년가약이 오래오래

지속되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화목하게 잘 살았으면 하고 진심으로 기원하게 된다.

 

이제는 내가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면 하고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서 있을 내 아들딸을 생각하게 된다. 부모석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던가, 애지중지 키운 딸을 품에서 떠나보낼 내 마음을 헤아리며

미리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사진을 아무리 근사하게 찎으면 뭐하는가, 결혼식을 아무리 성대하게 치루면 뭐하는가.

신혼여행을 돈 들여 외국여행하면 뭐하는가,

오순도순 사이좋게 잘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고 효도가 아닌가 싶다.

'축하축하축하 당신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 축하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또 한 쌍에게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며 오늘 탄생한 부부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축가를 부르며 그들에게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그만한 축복이 있을 것을 믿는다.

유독 많았던 하객들이 보낸 축복이 그들 앞날에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십일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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