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4~6.6
지리산 둘레길 6,7,8,9코스 53km 걷다
4일 가는 날 6코스 여섯시간, 5일 7,8코스 열한 시간, 6일 오는 날 다섯시간을 줄창 걷다
지난 해 말부터 여행을 벼르다 시간만 보내던 터,
국외여행이다가, 제주도이다가, 끝내 여행이란 타이틀을 달고 어디에도 못 가보던 터
결국 둘레길을 걷기로 마음을 정한다. 그러나 막상 실천이 쉽지 않아 미적거릴 때
선물처럼 다가온 기회
4일
6코스 시작~
11:40에 산청 도착, 점심 먹고 수철마을로 이동
수철마을에서 어천마을에 이르는 6코스 둘레길 걷기 시작
경호강을 끼고 가는 아스팔트 길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르고
레프팅하는 젊은이들 보며 아직 여름도 아닌데 '춥겠다'라고 샘통을 부리다
해는 져가고 마지막 선물같은 산길을 좋아라 지나며 어천마을에 도착
어천마을 노부부집에서 민박, 저녁엔 그집밥 먹고 밤새 청개구리 소리 들으며 뒤척이며
밤 새우다
6코스엔 시작부터 온통 밤나무, 진동하던 밤꽃향
5일
이 정자에 스틱을 놓아두고,
100여m나 뙤약볕 임도를 걸어갔을 때쯤 뭔가 허전하더라니...
1. 라면으로 아침 때우고 07:00 7코스 시작지점인 어천마을에서 운리마을까지 가는 둘레길 출발
해발 700 미터에 있는 헬기장까지 가는 70도 이상 경사져보이던 오르막 산길
때죽나무꽃 향기 자욱하던 길을 숨차게 오르고 또 오르다 도착한 헬기장
벤치에서 다리를 쉬며 커피와 간식 먹고 출발, 곧 유혹하며 등장한 정자에서 쉬다
스틱은 기념으로 두고 옴.
운리마을에 도착하니 식당은 없고
구멍 가게에서 컵라면에 주인집 밥 얻어서 캔맥주 곁들여 점심 겸 먹고
8코스로 출발
2. 8코스
불타는 보리밭
운리마을에서 덕산 사리마을까지 가는 길, 중간지점 백운계곡까지 가는
뙤약볕 임도는 수킬로를 걸을 동안 화장실 한 번 가지 않을 정도로 고행의 길,
한 뼘 그늘이 팥빙수보다 반갑던 길
빙수야 노래가 절로 나오던 길, 작은 그늘만 만나면 주저앉다
드디어 백운계곡 도착, 사리마을로 내려오는 6킬로 임도의 시작 지점에서 내려다보는
골은 첩첩이다. 그 골짜기를 다 헤치고 내려가야 마을이 나오겠지
걷고 또 걷고... 8코스 끝을 향해
드디어 사리마을도착, 사리마을 공소가 마침 그날 개소했다는데 무척 반가웠고
가보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민박집에 숙소 정하고 아침점심 라면만 먹다 순대국밥 먹으니 살 것 같다
모처럼, 별이 보이는 환한 숙소에서 개운한 잠을 자다
꼭두새벽에 깨어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
사람이 오든말든 세상에서 가장 태평스러워 보이던 백구 표정 가관이다
6일
푸른 새벽에 짐 챙겨 9코스 출발
사리마을에서 위태마을까지 가는 길
덕산면 소재지 기사식당에서 정식으로 아침을 먹고 상쾌한 출발
강따라 마을따라 가는 이 길은 이슬 촉촉히 머금은 풀과 물소리가 어우러진
다시 가고 싶은 길
가는 길마다 반겨주고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하며 말 붙이는 길 위의 사람들
부산에서 농촌으로 왔다는, 현 삶에 행복해하는 노부부
하동이 시작되는 해발 300미터 갈치재로 향하는 길에
빨갛게 농익은 앵두를 따먹으라고 먼저 손짓하던 젊은 남자는 가을에 자두 먹으러 다시 오란다.
갈치재를 지나 산길다운 푹석한 길을 내려가니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예상치 않았던 길, 그리고 호수...
차를 타고 지나던 이도 차를 세워 말을 건네고
이곳엔 온통 감나무, 가을엔 감으로, 감잎 단풍으로 붉게 물들 이 길...
9코스 종착지 위태마을에 도착
여행이 마무리되는 길에 섭섭한 마음이 어느새 자리를 잡는다
그 길을 추억으로 거두고 도착한 진주에서
복어국으로 점심을 채우고 13시 차편으로 부산으로 향하다
배가 훌쭉해지도록 흘린 땀과 발바닥에 생긴 물집과 터진 물집을 안고
걷고 또 걸었던 길, 다른 쪽 발목 통증으로 불안했지만
걷고 걸었던 뙤약볕 길, 부산에 가면 팥빙수부터 사 먹으리라 맘 먹게 한 갈증
때죽나무꽃 향에 심신이 나른했던, 스무시간의 길 위의 길, 그 위의 사람들...
기억 속에 머물...삶의 청량제가 되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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