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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골목 혹은 추억

by 서정의 공간 2012. 10. 4.

 

 

 

 

 

 

골목 혹은 추억

 

-河回마을에서-

 

 

 

 

 

 

 

 

 

  하회(河回)마을은 연꽃을 닮은 물도리동 마을이다.  풍산 류 씨가 대대로 살아온 전형적 동성촌락,

 

 옹기종기 엎드린 초가를 식솔처럼 거느린 기와지붕이 늠름하다. 담 안에서 수염이 긴 할아버지의

 

 인자한 음성이 흘러나올 듯 마을은 아늑하고 평화롭다.

 

 하회의 골목은 문명의 손길을 떨리도록 거부한다. 골목마다에 마음의 고향이 살아 꿈틀대고

그 골목엔 걷는 이의 마음에다 옛 추억을 되살린다. 도란도란 걷는 골목길에서 어느 새 소꿉놀이하던

유년의 시간 속으로 젖어든다.

 

 흙벽에 삐뚤빼뚤 새겨놓은 이름엔 옛 동무들 얼굴이 숨어있고, 키를 둘러쓰고 뒷집에 소금 얻으러

가던 오줌싸개 내가 보인다. 굴뚝에 저녁 짓는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어머닌 날 불러들이셨지.

자분자분 걸으며 소꿉친구의 집 같고 우리 집 같은 집 앞을 기웃대며 아득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담장 밑엔 그리운 고향친구 같은 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가 피고지고….

 

 

 

 

 

길에선 전신주를 따라가면 집이 나오지만,

이곳에선 골목을 따라가면 집이 나온다.

골목은 집을 품고, 집은 사람을 품는다. 그리고 사람은 추억을 품는다.

여행이란 내가 그곳에 있는 일, 기억할 것은 내가 있는 곳을 지금 바로 떠나는 일이다.

마음에 다시 골목 하나 품는다. 바람처럼 떠날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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