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충청도로 이사간 친구는 뭐가 그리 급한지.
만나는 날짜를 잘못 알고서 만나기로 한 초파일 하루 전날 이미 하동호에 도착해 버렸다. 1박만 하기로 한 숙소에서
혼자 미리 하룻밤을 잔 셈. 하는 수 없이 그 친구는 10코스 출발점으로 향하고 우리는 하동호로 향하다 길에서 만나기로 하고
서로를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대충 어디쯤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약속인가를 깨달은 날,
길 중에 안내가 가장 잘 되어있는 길이 지리산 둘레길이 아닌가 싶다. 갈래길이 나오거나 아리송한 길이 나타날 때
어디로 가지? 할 즈음 나타나는 안내판 덕분에 길을 잘못 든 적이 없다.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는 안내판을 따라
위태를 출발하니 바로 상수리나무 당산이 나온다. 그리고 곧장 걷는 산길, 들길엔 찔레꽃이 만발했다. 들판에 모내기를
막 끝냈다. 찔레순을 처음 먹어본다는 친구에게 연신 찔레순을 먹어보라며 꺾어건넨다. 풀냄새 맡으며 신나게 걷고 있는
우리에게 문득 날아온 소식에 쾌재를 외친다.
코스 중 궁항마을 뒤에 <봉화사>라는 절이 있는데 거기서 점심공양을 하자는 것이다. 반대쪽에서 우릴 만나러 오고 있는 친구가
이 마을 이장님을 만나 상세한 안내를 받았다는 거다. 이렇게 느닷없이 가게된 봉화사에서 또 느닷없게도 서울에서 온 남동생
내외를 만났다. 공양간이 시끄럽도록 우리 남매는 약속되지 않은 상봉에 놀라워했다. 여행의 즐거움은 이렇게 계획에 없던 일이
뜬금없이 일어나는 데에 있다.
단풍꽃이 아름답다고~
반대쪽에서 오는 친구와 만나는 길이 엇갈려 헤맬 때 만난 얘들이 우르르 나와 우리를 구경했다.
지리산 얘들은 하나같이 한 인물들 했다. 낯선 우리에게도 쪼르르 달려왔다.
마침 숙소 주인 트럭을 만나 걷는 건 뒷전인 채 무조건 차 뒤에 올라탔다.
우리도 웃고 보는 이들도 웃고~
남동생을 만난 봉화사
궁항마을 이장님 집에 들러 동동주에 곶감 대접, 이리 시원한 동동주는 처음 먹어봤다. 곶감 엄청 먹었다.
설탕에 절인 듯 달다.
듬뿍 싸준 곶감은 걷는 내내 간식으로 잘 먹었다. 주문한 곶감도 도착해 하나씩 아껴먹는 중.
그러나 여행 이야기에 끝은 없다. 매 순간이 처음 보는 것이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며 자연이고 삶이니...
'길 > 지리산 둘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오는 쌍계사 (0) | 2013.05.29 |
---|---|
하동호~서당마을(11코스~12코스 중간) (0) | 2013.05.28 |
다시 걷기(10~12코스) (0) | 2013.05.28 |
둘레길 사람들(9코스 끝) (0) | 2011.06.17 |
지리산 둘레길-기억 (0) | 2011.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