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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리산 둘레길

하동호~서당마을(11코스~12코스 중간)

by 서정의 공간 2013. 5. 28.

 

 

하동호~삼화실 지나 12코스 서당마을까지

 

 

하동호에서 삼화실까지는 한 나절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정보를 이미 알고 왔긴 했지만 정말로 순식간에 도착했다.

그렇다고 쉽기만 한 코스도 아니었다. 조금 가파른 깔딱고개도 없진 않았다. 점심을 사 먹을 곳이 없어 궁항마을 이장님

댁에서 가져온 곶감과 봉화사에서 챙겨준 떡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아, 하동호 숙소에서부터 함께 길 떠난 동행이 있다. 젊은이 셋이었다. 여자 두명과 남자 한 명인데 아침을 먹을 때 우린

밥을 조금씩 덜어내고 먹었으나 이들은 우리가 덜어낸 밥까지 다 챙겨먹었다. 나중 생각해보니 도중에 밥 사먹을 곳이

없음을 미리 알고 대비를 한 것 같다. 우리가 곳곳에 주저앉아 허기를 채울 동안에도 이들은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들과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며 11코스 끝이 삼화실을 지나고12코스에 들어섰을 때 어디쯤에선가부터 그들은 앞서갔고

우리는 뒤처지게 되어 아쉽게도 헤어지게 되었다. 광주에서 왔다고 했다. 종종 내 카메라를 달라해서는 우리 모습을

꼼꼼히 담아주었는데 사진을 보니 다시 생각난다.

 

사진을 찍힐  때 내가 그랬다. 사진 볼 때마다 생각날 거라고. 한데 정말로 사진을 볼 때마다 그들이 생각난다. 13코스까지

걷고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지에서 정이 들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그 길을 생각할 때면 마치 일행이었던 것처럼

생각이 날게다.

 

 

12코스 구간에서 잘 곳을 정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 코스가 좀 긴 탓으로 완주는 못하기에 도중에 숙박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괴목마을까지 가서야 이 마을에는 민박이 없음을 알게 되었으니 난감했다. 찻길을 걸어갈 때 잠시 스쳐갔던

오토바이 탔던 분을 마침 이 마을에서 만났다. 그냥 애원하는 눈빛으로 이 분을 바라보니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답을 기다린다. 이러저러해서 점심도 못먹었고 잠도 잘 곳이 없다고, 그랬더니 이 분 외출하려다 도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딱 한 개 남은 라면에 달걀까지 두 개 넣고 국물 멀겋게 끓여서 내어준다. 감지덕지하며 국물까지 다 먹었다.

고맙다고 백배 인사하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 서당마을 마을회관에서 둘째 밤을 보내기로 했다. 원래 예약을 했던 마을이다.

밥도 직접 해서 먹되 반찬은 냉장고에 있는 김치 정도가 다다. 밥값은 받지 않고 숙박료만 3만원 이장님이 받아갔다. 때마침

하동차축제기간이라 마을마다 이장님들이 엄청 바빴다. 장터에 오가랴.

 

이 마을 앞 보호수 하얀 꽃이 함박눈을 맞은 듯 눈이 부셨는데 밤새 비가 내린 후 꽃의 반이 져버려 아쉽기 그지없었다.

비를 핑계로 계획한 12코스까지 걷지 못하고 귀향길에 오름. 가을에 다시 시작하기로 함.

여행길에선 늘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는 법. 비록 도중에 돌아섰지만 어떤 일이 기다리리라고는 아무도 모른다.

 

 

 

 

 

 

 

 

 

 

 

                       돌멩이 하나씩은 꼭 쌓았다.

 

 

                        조금 가팔라 걸음이 느렸던 지역

 

 

                      이 소나무 숲길이 무척 상쾌했다.

 

 

 

 

                     서당마을 앞 보호수, 전날엔 뽀얗게 꽃이 피었었는데 비온 후 이렇게 듬성듬성해져 버렸다.

                  

                      비온 뒤 아침에 가보니 꽃이 바닥에 카펫처럼 깔려있다.

 

 

 

 환하게 핀 이 꽃을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음날 아침에 보자고 했는데 그만 밤새 비가 내렸다.

아침에 가보니 꽃이 하얗게 떨어졌다. 이 꽃을 보며 느낀 점, 마음 내킬 때 당장 실행에 옮겨라.

그러지 않으면 이미 늦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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