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소설『雪國』과의 만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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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위 문장은 기차가 두 고장을 잇는 터널을 빠져나올 때 딴 세상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압축한 문장이다. 이 첫 문장으로 하여 오랫동안 눈의 고장을 꿈꾸다. *이 소설로 산과 눈밖에 없던 조용한 온천마을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 마을이 유명해지다. *여행을 준비하며『雪國』을 정독하다. 내용은 무료하며 덤덤하다. 그러나 산책하며 주위 풍경을 감상하듯 찬찬히 읽을 때 제 맛을 내는 소설이다. 터널, 철도관사, 역장, 밤의 눈, 기차간 풍경, 눈옷, 장화, 온천장, 게이샤...이 같은 단어들이 은근히 가슴 설레게 한다. | |||
■『雪國』배경지 | ||||
-소설이 탄생한 에치고유자와 온천마을->도쿄에서 니카타행 죠에츠신칸센(에치코유자와역 하차)으로 1시간 10분여. -특성:유자와 고장은 높은 산맥에 둘러싸임. -터널 전(군마현)과 후(니카타현)의 기후 : 동해를 건너온 습한 바람이 니가타를 가로지르는 2천m급 에치고산맥에 막혀 초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눈을 퍼붓는다.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곳은 홋카이도가 아니라 니가타. 스키의 천국(5월 초까지) -벚꽃이 만개했음에도 고장이 바뀌는 긴 터널(버스정류장 20개 정도)을 빠져나오자, 과연 소설 첫 문장에서처럼 하얀 겨울 세상이 열리다. | ||||
■ 다카항료칸[高半旅館] | ||||
-예스런 목조건물이 불타 6층 건물로 개조. 2층에 설국 기념관, 에스컬레이터 운행, 여관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뵈는 언덕에 위치. 마을 작은 공원에 문학비 있음. -자료해설 : <설국>은 이곳 ‘가스미노 마(안개의 방)’에서 1934년-1937년에 걸쳐 집필. 다카항을 무대로 주인공 시마무라와 게이샤 고마코의 비련의 이야기를 그려내었다. 1957년에는 이 ‘가스미노 마’를 무대로 영화를 촬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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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
시미즈 터널 |
『雪國』은 처음부터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구상된 것이 아님. 가와바타가 36세때 쓴 단편 <저녁 풍경의 거울> 이후 이 작품의 소재를 살려 단발적으로 발표한 단편을 모아 1937년 중편으로 완성. 이후 1948년에 완결판 출간. 작가가 외진 한촌인 유자와 온천에 머물게 된 건, 자연 풍경 묘사에 대한 작가로서의 관심 때문. 당시의 문학, 특히 소설이 자연에서 멀어지고 자연을 표현하는데 낡고 구태의연한 단어들만 떠올린다는 한계를 절감. | |||
고마코 실제 모델 |
줄거리 : 도쿄 출생으로 서양 무용에 관한 글을 번역하는 시미무라.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의 온천에 가서 순결한 생명력을 가진 게이샤 고마코를 만난다. 그녀를 기억하며 눈 고장 온천을 다시 찾는다. 기차 안에서 맞은편에 앉은 고마코 춤 선생의 아들과 그의 애인인 요오코를 만난다. 춤 선생의 아들은 병이 들었고 요오코는 그의 병시중을 든다. 거기서 시마무라는 요오코에게 야릇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런 묘한 감정을 고마코도 눈치챈다. 당시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시미즈[清水]터널을 나오면 눈의 고장, 설국이다. 그 한갓진 곳 온천장에서 게이샤로 살아가는 고마코, 그녀에게서 발산되는 야성적 정열과는 대조적으로 순진무구한 청순미로 시마무라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요코. 이 두 여자를, 도쿄에서 온 번역가 시마무라는 허무의 눈으로 지켜본다. | |||
■ 영화 <雪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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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작. 소설 원작의 눈 쌓인 고즈넉한 풍경, 시골 온천장, 지지미 마을, 게이샤골목 등 눈의 고장 분위기가 잘 살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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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에서 시작된 여행 해마다 섣달 그믐날(12월 31일)이 되면 일본의 우동 집들은 일 년 중 가장 바쁩니다. 삿포로에 있는 우동집 <북해정>도 이 날은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북해도 출신 동화작가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 시작 부분이다.『설국』첫 문장만큼이나 귀에 쏙쏙 박히는 ‘삿포로에 있는 우동집 <북해정>’이란 말이 마음을 끈다. <설국>과 함께 삿포로를 주입시킨 작품이다. 사실 <雪國>의 무대를 홋카이도 삿포로로 착각했다. 정작 소설의 무대는 일본에서 가장 북단의 홋카이도가 아니라 그 아래 쪽 섬인 혼슈의 니카타현 에치코유자와 고장이었다. <설국>이 먼저였는지 <우동 한 그릇>이 먼저였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문학 작품이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수필을 포함해 첫 문장이 갖는 무게를 실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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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수부룩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
*소설 <설국>과 일본영화 <설국>, <러브레터>의 배경은 말 그대로 설국이다. ‘오겡끼 데스까’를 외치는 장면을 보면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소설이 탄생한 니카타현 에치고유자와 마을은 소설로 유명세를 타며 문학인과 여행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삿포로 오타루 운하는 <러브레터>이후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물론 운하 주변 가라스 공방, 명물과자거리, 오르골당 등 상가거리도 구경할만하다. 눈의 고장에서 연일 수부룩이 내린 눈발은 여행하는 내내 여행을 실감나게 했다.
*문학의 영향이 컸다. 우리는 작품 속을 거닐다 작품 속 그 장소에 있기를 꿈꾼다. 주제가 있는 여행일 때 그 여행은 한결 의미 있게 남는다.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부추긴다. 지금 꿈꾸고 있는 곳은 잉카제국의 유적지 마추픽추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이다.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법, 마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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