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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만남'의 의미

by 서정의 공간 2015. 5. 18.

 

 

김용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만남'의 의미

 

 

우리는 만나지만 우리가 만났을까:

 

 별을 사랑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밤마다 별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지요. 별들에 대해 공부도 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자신이 사랑하는 별들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밝은지 또 얼마나 오래전에 태어났는지도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가 별을 사랑하면 할수록, 또 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자신은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생각되었습니다.

소년은 꿈속에서도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았습니다.

 

 

"오, 아름답다."

그러자 별이 대답했습니다.

"난 네가 아름다워."

 소년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냐, 난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난 너처럼 크지도 않고 너처럼 빛을 내지도 못하고, 난 너처럼 오래 살지도 못하는걸!

난 정말 아무 쓸모도 없어."

 소년은 슬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별이 깜박이며 말했지요.

"하지만 네가 내 크기를 알기 전에는 난 내가 얼마나 큰지를 몰랐어. 네가 내 나이를 알기 전에는 난 내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도 몰랐지. 네가 내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기 전에는 난 내 모습이 어떤지도 몰랐어. 더구나 네가

내게 말을 걸기 전에는 난 말도 할 줄 몰랐단다. 그래서 만일 네가 없다면 난 다시 내 크기를 모르게 될 거야.

내 나이도 잊게 되겠지. 내 모습도 볼 수 없을 거야. 난 다시 벙어리가 된단다. 넌 내 거울이야.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지. 넌, 이 넓은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란 말이야."

 "아, 정말 아름다운 꿈이다."

 꿈에서 깨어난 소년은 감탄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이내 알게 되었지요.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떤 것이 소중한 것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소년은 자라서 비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주간비행보다 위험한 야간비행을 더 좋아했지요. 되도록 자기가 좋아하는 별 사까이에 다가가 이야길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비행 중 별과 나눈 이야기들을 책으로 썼습니다. <남방우편기>가 첫 작품이지요. 앙드레 지드가 격찬한 <야간비행>으로는 페미나상도 받았습니다. <인간의 대지>, <전투조종사>도 썼지요. 그의 작품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삶이란 우주에 떨어진 개인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과 그리고 자연과 서로 관계를 갖는 삶이지요. 그는 "고립된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상호관계로 맺어진 매듭이요, 거미줄이며, 그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종사는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내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다시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달았지요. 인간은 자신을 인간으로 알아주는 상대 앞에서만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그런 상대가 없는 곳에서는 자신마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지 않은 만남은 아예 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외로운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가 만남이 없어서라는 것을, 만남이 없는 모든 장소가 곧 사막이라는 것을, 사막은 도시에도 있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어린 왕자>를 썼습니다.

 

 

 도시는 오늘도 사람들로 가득 차 부산하고 소란스럽습니다. 그런데도 사막같지요.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과 만납니다. 그 가운데는 동료도, 친구도, 가족도 있지요. 그런데도 외롭습니다. 그래서 이내 묻게 되지요. 우리는 만나지만 우리가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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