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태국편

2.여름 방콕을 읽다-매클롱 철길시장을 지나는 기차

by 서정의 공간 2018. 7. 1.





매클롱 철길시장, 그 좁은 길을 지나는 기차







 

세상에나. 기차가 가슴에 닿을 듯 지나간다. 발끝이 바퀴에 닿을세라 어어 소리 내고 배를 잡아당긴다. 가게가 빼곡히 들어선 시장 하늘을 가렸던 천막이 모세의 기적처럼 거둬지더니 기차가 들어온다. 천막을 걷던 남자가 나를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왜 그러나 했더니 하마터면 내 발등 위로 기차 바퀴가 지나갈 뻔했다. 천막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이 모습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객을 보며, 옛것을 신식으로 단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부산엔 동해남부선 폐선 길이 있다. 철로를 걷어내지 않고 보존한 덕분에 여행자가 찾아든다.

매클롱 시장은 조용한 강변 마을 옆에 위치한 재래시장이다. 자그맣게 구분된 점포엔 과일, 채소, 음식, 기념품 등 별게 다 있다. 상인들은 하루 네 차례 열차가 지날 때마다 천막을 접고 펼친다. 귀찮을 법도 하다. 기차가 지날 때 나와의 공간이 불과 몇cm 될까 말까. 상인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지역이 번성한다는 긍지도 있는지 투덜대지 않는다.

시장 거래를 일시 정지시킨 기차가 지나가자 다시 차일이 쳐지고 철로도 사람으로 메워진다. 환경을 느긋하게 받아들인 덕분일까. 이곳 철길시장은 방콕을 찾는 이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좌판마다 소소한 물건이 진열돼 손님을 기다린다. 강이 가까워서인가. 갖가지 생선이 주류다.

기차 종착역인 매클롱역 주변에 옷집이 많았다. 현지 옷을 입고 여행하는 맛을 즐기고 싶은데 옷 치수가 대체로 작다. 만지작거리다 돌아서기만 여러 번이다. 쉬엄쉬엄 장도 보고, 맛보고 구경하고 싶은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