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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태국편

3. 여름방콕을 읽다-아유타야 역사공원 불상, 아유타야 국수

by 서정의 공간 2018. 7. 1.





아유타야 역사공원 머리 잘린 불상들, 아유타야 국수, 옥수수 하드




아유타야는 한때 태국 수도로 번영했던 도시다. 33명의 왕이 417년간 아유타야를 통치했으니 조선왕조에 버금가는 도시가 아닌가 한다. 태국을 보려면 아유타야 역사공원에 꼭 가봐야 한다. 도시에 불교 유적이 널렸다. 고도 아유타야(Ayutthaya)는 수십 번 외침 끝에 미얀마 군에게 멸망하고 붕괴한 왕국이다. 차창 밖으로 낡은 붉은 벽돌 사원이 스쳐 지난다. 불교를 숭배한 왕국이었던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번성했던 시기엔 인구가 100만 명에 달했을 정도라고. 경주와 유사한 도시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곳 유적지에서 특이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불상 군이 하나같이 머리가 잘려나갔다는 거다. 불상 머리를 자른 건 침략자의 소행일 것이다. 통째 가져가기란 쉽지 않았을 터. 목만 댕강댕강 잘라 승리를 만끽했을 것이다. 왓 차이왓타나람의 화장의식이 거행된 사원에서 앙코르 왓을 연상한다.

유적지 정점은 왓 마하탓 지역 얽히고설킨 보리수나무 줄기에 낀 미소 띤 부처 얼굴일 것이다. 배배 꼬인 보리수나무 줄기에 얼굴이 꼭 끼어서도 미소 머금고 세속을 바라본다. 나무에 낀 얼굴에서 지난 역사와 전쟁의 비극을 생각게 한다. 이 부처님은 어쩌다 보리수나무에 떨어져 불심을 지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얼굴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하다. 나도 찍어보자고 서 있었더니 안내원이 와서 싯다운하란다. 부처 얼굴보다 높게 하지 말고 앉아서 찍으라는 뜻이었다.

왓 로까이 쑤타람의 와불 앞에 서면 그 규모에 놀란다. 운주사 와불처럼 하늘을 보고 누운 게 아니라, 신장 42의 거대 부처가 모로 누워있다. 싱긋 웃음까지 머금었다. 오른팔을 머리에 괸 세상 편안한 자세다. 실은, 부처가 열반에 드는 모습을 표현한 전형적인 열반상이다. 불상에 금박을 입히며 공양하는 이곳 사람들이 와불에 금박 입히는 걸 막기 위해 그 앞에다 작은 부처를 모셔놓았다.

유적지에 입장할 때 짧은 치마나 짧은 바지를 입는 건 부처공경 예우에 어긋난다. 허리에 두를 긴 치마나 스카프를 준비하거나 대여해서 입어야 한다.

동행한 타이항공 김 이사는 아유타야에서는 국수를 먹어야 한단다. 가업으로 대를 이어 운영한다는 길가 허름한 국숫집에 가니 앉을 자리가 없다. 현지인과 합석해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들어간 국수를 각 두 그릇씩 주문했다. 어떻게 두 그릇을 먹느냐고? 양으로 치면 그냥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먹성 좋은 남자가 젓가락에 둘둘 말아 올리면 한입에 먹을 양이다. 국수 반, 고기 반이다. 첫맛이 짜고, 맵다. 한데 먹을 만하다. 머릿속으로 쌀국수를 연상하다 약간 실망했지만, 이런 태국 음식은 묘하게 중독성이 따른다. 돼지고기 국수는 15(525), 소고기 국수는 20(700), 싸다. 입가심으로 옥수수 하드를 먹었다. 옥수수 알이 통째 푸짐하게 박혀 식감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