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景이 있는 글

나를 찾아서

서정의 공간 2005. 10. 26. 23:23

 

나를 찾아서

 

 

 

떠났다.

바나나 우유.

밑줄 그은 책.

카메라.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창 밖.

가을이 보인다.

드디어 가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을 들녘을 보니

문득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처럼 고향 생각이 났다.

 

 

 

 

아...

가을이 여기까지 와 있었구나.

벌써 논두렁을 태우고

곡식들은 저 마을의 곳간을 그득 채우겠구나.

논두렁 태우는 연기가 굴뚝에서 나는 밥 짓는 연기마냥 푸근했다.

이 풍경을 참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처럼

아니면 전혀 생소한 것처럼 눈을 떼지 못하겠다.

수확된 벼들,

한 해 수고한 농부의 댓가가 보란듯이 당당하다.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바람처럼 창밖을 스쳐가는 마을

지금 내 곁을 스쳐가는 시간도 이 속도로 스쳐가는 건 아닐까.

붉게 익은 감이 조롱조롱한 감나무

아늑하게 앉은, 평화로운 저 마을에 내리고 싶었다.

 

 

 

출렁출렁

넘실대는 건 강물이 아니라

나를 찾아서 떠난 바로 나였다.

가을에, 강물에 흠뻑 젖어도 책을 끼고 다시 돌아온 내 자리.

 

잠시 잊었던 정겨운 사람들

잠시 떠나있던 그리웠던 사람들 곁으로.

 

그리고

다시,

다시 그리울 사람들

다시 징허게 보고플 사람들을 가을 속에 남겨둔 채.

 

 

 

 

 

 

♪  Shadows In A Mirror- Chris Isa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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