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떠났다.
바나나 우유.
밑줄 그은 책.
카메라.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창 밖.
가을이 보인다.
드디어 가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을 들녘을 보니
문득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처럼 고향 생각이 났다.
아...
가을이 여기까지 와 있었구나.
벌써 논두렁을 태우고
곡식들은 저 마을의 곳간을 그득 채우겠구나.
논두렁 태우는 연기가 굴뚝에서 나는 밥 짓는 연기마냥 푸근했다.
이 풍경을 참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처럼
아니면 전혀 생소한 것처럼 눈을 떼지 못하겠다.
수확된 벼들,
한 해 수고한 농부의 댓가가 보란듯이 당당하다.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바람처럼 창밖을 스쳐가는 마을
지금 내 곁을 스쳐가는 시간도 이 속도로 스쳐가는 건 아닐까.
붉게 익은 감이 조롱조롱한 감나무
아늑하게 앉은, 평화로운 저 마을에 내리고 싶었다.
출렁출렁
넘실대는 건 강물이 아니라
나를 찾아서 떠난 바로 나였다.
가을에, 강물에 흠뻑 젖어도 책을 끼고 다시 돌아온 내 자리.
잠시 잊었던 정겨운 사람들
잠시 떠나있던 그리웠던 사람들 곁으로.
그리고
다시,
다시 그리울 사람들
다시 징허게 보고플 사람들을 가을 속에 남겨둔 채.
♪ Shadows In A Mirror- Chris Isa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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