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보길도

황홀한 일몰 그리고

by 서정의 공간 2008. 8. 11.

 

 

 

 

어둠이 짙어가는 저녁, 한반도 최남단 땅끝지점을 지나 땅끝 전망대에 이르니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일몰을 보기 위해서라기에 일몰 시간을 물어보니

아직 20여분이 남아있다. 그 시간을 절약하려고 해안길을 따라 쭉 가다가

산꼭대기의 모양이 뾰족한 망산을 만난다. 노을이 서서히 지는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고갯길을 달리다 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일몰을 보기 위함이리.

 

땅끝 전망대에서 보다 일몰을 보기에 적합해보여 우리도 그 무리속에 어울린다.

서쪽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태양이 저 너머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산 위에서 태양은, 침을 삼키 듯 꼴깍, 하는 순간에 산 너머로 떨어져내리는데

바다에서는 어떨려나. 모르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자니 그또한 아름다운 한 풍경이다. 뒤에서 찰칵,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차차 바다로 떨어지던 해는 점차 몸을 바다속으로 빠트리더니

종내는 그 붉은 한 점까지도 감춰버린다.

그 자리에서 밤을 새면 그날 빠졌던 그 해가 그대로 떠오르겠지 하고는

길가에 자리를 펴고 저녁상을 차린다.

지나가던 트럭창으로  한 여자가 소리친다..'맛있겠다~~~'

 

망산을 바라보며

일몰 뒤에 붉게 남은 태양의 여운을 감상하며

라면을 끓여 검소한 저녁을 먹던 시간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리

 

 이미 어두워진 보길도.

그 섬을 한 바퀴 둘러친 길을 따라 나오며 숙소를 구하다 

넓은 창이 많은 한 민박집을 만장일치로 정하고 들어간다.

얼굴이 구릿빛으로 그을린 나이 초로이전인 주인아저씨가 멀리서 온 객을 반긴다.

일박에 오만원이란다. 간절한 눈빛으로 만원을 깎았더니 아주머니한테 가서 하는 수 없이

깎아 줬다며 보고를 한다.

 

민박집 마당 앞 도로 지나 호수가 있기 때문인가 평상에 앉아 있자니 모기가 잠시도

가만 두질 않는다. 파도 소리가 쏴쏴 들려오는 민박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해수욕장이 있다고 하니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저녁 산책길에 나섰다. 한적한 해수욕장이 곧 모습을 드러내는데 인파로 넘쳐나는 유명 해수욕장과는 거리가 멀다. 해변 가 잔디밭엔 텐트를 친 피서객들이 몇 팀 있긴 하다.


 돌아와 잠을 청하는데
달이 하도 창을 두드려대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뒤척이다 끝내 일어나 마당에
나갔더니 보려던 달은 없고 북두칠성만 나를 지키고 있다.
휘영청 밝은 가로등이 서럽도록 붉게붉게 마당으로 쏟아져내리고 먼데서

들려오는 쏴쏴~~
파도소리는 잠못드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 밤 그 자리에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그냥 한마디 말이 없이도
그 밤을 침묵속에 새울 수가 있겠던데.

기어이 밤을 뜬 눈으로 새운 그 밤이 못내 다시 그리워서인가

다시 쓸쓸해지려는 이 마음은...

 

 

 

 

' > 보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에 그리던 대흥사  (0) 2008.08.11
동백정에서  (0) 2008.08.11
다산초당에서  (0) 2008.08.11
이제야 그리워지는 섬  (0) 2008.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