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9.28~29
첫째날 오미~방광
둘째날 방광~산동
숙소 황점게스트하우스
여름은 지루했다. 작년 여름에 큰고생하여 올여름엔 몸사리느라 운동도 하지 못했다.
해서 체력은 떨어지고 살은 퉁퉁 부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입추가 지나가고 추분도 다가왔다.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배낭여행 친구로 죽이 잘 맞는 친구들이 올봄에 이어 다시 뭉쳤다.
구례구간은 둘레길이 개통된 지 오래지 않다. 해서인지 걷는 사람을 한 팀 정도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걷는 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칸나 붉게 핀 길에
반해 정신 팔린 사이 그만 그 좋은 샛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차가 쌩쌩 다니는 신작로를
걸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안내표지판이 길이 돌아가거나 꺾이는 곳마다 있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첫날 운조루에 들러 타인능해의 철학을 가슴에 담은 것과
비에 촉촉히 젖은 화엄사에 들러 평생 처음으로 대웅전에서 어설프게 삼배한 것과
다음 날 비가 오락가락해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하며 둘러본 사성암 높은 곳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구례평야에 가득 드리운 운무를 내려다 본 것과
사성암에서 구례읍내까지 차를 타지 않고 섬진강변을 따라 난 자전거길을 걸은 것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여행은 이만하면 된 거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화엄사까지 데리러 와 주었고
저녁엔 막걸리까지 제공해 주어 화엄사 입구에서 사 온 파전을 안주로 달콤하게 들이켰으며
아침은 토스트에 커피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비가 와 코스걷기는 포기하고 그보다 더 좋은
사성암으로 향했다. 사성암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실어다 주었다. 물론 사진도 찍어 주었다.
여행 속에 사람이 없다면 한층 여운이 덜하고 싱거울 것이다. 지리산행복학교의 오프라인모임도
곧 한다는 그곳, 주인이 알려준 정보를 따라 올해안에 섬진강변길을 걸으러 다시 갈 것이다.
늘 그렇듯이 찍어온 사진으로 일단 컴퓨터 배경부터 바꾼다. 화면이 시원하니 좋다. 이 약효가 떨어질
무렵이면 다시 가방을 싸고 있으리.
사성암에서 구례벌판을 내려다보며
들길에서 사진찍기 놀이, 휴대폰이나 카메라가 얼굴 가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
이날 비오는 데도 아랑곳없이 철인삼종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이분들은 심사위원,
잠시 내려 우리들 사진을 찍어주고 가심.
이렇게 친절한 안내판이 삼거리에도 굽은 길에도 있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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