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미얀마 국경, 라오스 여행 말미 소감을 이렇게 답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이번 여행을 정리하며 무려 40쪽이 넘는 포토북과 사진 액자 두개를 만들었다. 오늘 배달된
그 액자를 보자니 혼자서도 싱긋이 웃음이 머금어진다. 그동안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셋이서 -물론 국내 1박 배낭여행은 여러 번 했었지만- 떠난 첫 외국여행이었다. 여행지가
여름철이라 매일 갈아입을 옷을 모양 맞춰 준비하고, 날마다 바꿔 쓸 모자를 챙기는 등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아이 맘이 되어 여행을 준비했다. 가방을 몇 번이나 닫았다 열었다가
옷을 바꾸고 신발을 바꾸었는지...
이 여행의 출발점은 내 개인사정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올해는 그동안 일해오던 아동청소년
독서지도를 그만두었다. 시간이 널널하다 싶지만 2월부터는 시간이 얽매이기에 그 안에 여행이나
떠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처음에는 경주로 온천여행을 가자고 했다가, 그 경비이면 제주도가 오히려
낫지 않냐고 그랬다가, 제주도 비행기값이면 외국이 낫지 않겠냐는 쪽으로 방향이 급선회한 것이다.
그리하여 최근 한 프로그램 덕분에 여행지로 떠오른 라오스가 포함된 태국 코스를 택하게 되었다.
숙소는 2인 1실이지만 여자 셋이 일행이다 보니 간이침대를 들여 한 방을 사용했다. 라오스에서는
호텔방에 간이침대 놓을 자리가 없어 부득이 한 사람이 1실을 써야했는데, 공산국이라 서로 무섭다며 버티는
바람에 내가 혼자 자겠다고 선뜻 나섰다. 혹시 밤에 쥐도새도 모르게 납치되는가 하고 무섭긴 했으나
덕분에 외국여행길에 혼자서 잔 특별한 밤이 되었다.
불교국이다 보니 사찰순례가 많았다. 그 나라 사람들에겐 유서깊고 엎드려야 할 절이겠지만
색 바랜 아름다운 문양의 문을 가진 우리나라 무채색 절보다 나은 절은 없어 보였다. 해서 절은
건성건성 스치다가, 야시장이나 재래시장, 국경시장, 새벽시장 등 시장구경을 할 때는 펄펄 기운이 살았다.
하루는 그 나라 롱치마를 사서 모양 맞춰 입고, 하루는 라오스에서 산 빨간색 스카프로 복장을 맞추는 등
여행분위기를 만끽했다. 노부부, 남자대학생, 장년 남자 두명과 여자 세명 등 조합으로 보면 천상
한 가족이 부모와 아들부부와 그 아들이 함께한 모양새였으나 우리 세명의 수다와 깔깔댐이 없었다면
아마 그 분위기는 많이 조용했을 것이다.
깍두기 머리의 남자 두명과는 여행 삼일 째쯤에야 말을 텄다. 뭔 골목대장같다며 멀리했으나 두어 마디 말을
트고 보니 생각보다 순박한 사람들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나 만나자 이별이었다. 서로 찍어준 사진을 주고 받고
여자 셋의 웃음소리가 생각난다는 말을 들으며, 별 볼거리는 없었던 여행지였으나 여자 셋이서 함께한 장소로
기억에 듬뿍 남을, 아직 깨지않은 꿈처럼 아련한, 늘 그랬던것처럼 또 가고 싶은 여행길이었다.
201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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