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장장 9,288km의 대륙 횡단 철도다.
그 구간 중 블라디보스톡에서 하바롭스크 구간 기차를 탔다. 총 소요시간 14시간.
창밖으로 느리게 스쳐가는 드넓은 대지는 온통 푸르고, 노란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눈이 즐겁다.
침대칸은 4인실, 6인실.에어컨이 없는 기차칸에 처음 탈 땐 찜통이나 다름없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차차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밤에는 추워 창을 닫아야 한다. 4인실 침대칸은
2층 침대가 사람 하나 다닐 공간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놓였는데 러시안이 모자가 맞은편에
탔다. 영어가 도통 통하지 않는 러시아인과 짧은 소통으로 모스크바 사람이란 걸 알아냈다.
우리는 짐 정리를 못해 엉망인데 젊은 여자는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지 일사천리로
짐 정리를 한다. 어라, 침대를 들치자 그 밑에 큰 서랍이 있지 뭔가. 우리도 곧 캐리어를
큰 서랍에다 넣었다.자잘구레한 짐도 그곳에 넣고 나니 좁은 기차간이 쾌적해졌다.
옷걸이며 작은 선반, 작은 테이블 등 있을 건 다 있다. 비좁아 그렇지.
빠끔 열린 위쪽 차창에서 선선한 저녁 공기가 객실에 생기를 준다. 더운 공기는 밀려나고,
이층 침대자리는 한층 시원하다. 현지와 서울의 시차는 한 시간, 현지가 한 시간 빨리간다.
그냥 죽치고 시간만 보내면 된다. 먼 기차여행은. 잘 늙는 법은 나이를 잘 먹으면 된다던가.
느긋하다. 편안하다. 그냥 놀고 쉬면 된다. 하바롭스크역에 다음 날 열 시면 도착할 것이므로.
아침이 밝은 것 같은데 창밖 대지는 온통 안개에 감겨있다. 이따금 하얗게 목피를 반짝이며 어린 자작나무가
지나가고, 침대칸 이층에서 내려와 중간에서 내린 러시아 모자 침상에 앉는다. 옆 객실은 새벽까지
시끌하더니 부석한 얼굴로 복도에서 바깥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가도가도 황톳길이 아닌, 푸른 산과 나무와
풀이 널린 대지다. 날씨는 흐리다.
뜨거운 물은 내내 사용할 수 있어 한국 사람들은 컵라면을 잘 먹었다. 대신 화장실은
기차가 멈추기 전 30분부터 사용금지다. 기차는 도중에 몇 번 정차한다. 큰 역에서는 사람도 내려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여자 승무원은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뻣뻣하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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