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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

부산 원도심, 그 숨은 매력 속으로-⓵만디버스 타고 산복도로 달리다

by 서정의 공간 2016. 9. 20.





부산 원도심, 그 숨은 매력 속으로

⓵만디버스 타고 산복도로 달리다

                                                         


항구도시 부산의 원도심이 뜨고 있다. 도시의 원천이 된 곳,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은 한국의 지난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산비탈에 형성된 마을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복도로가 요즘 관광지로 떠올랐다. 평지가 아닌 산 중턱으로 차가 달리는 셈인데, 특히 야간의 마을불빛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그것이 기실 역사의 바퀴가 지나간 내력임을 알고 나면 어쩐지 짠한 생각도 드는 곳이다. 

 

1945년대 귀환동포와 1950년대 한국전쟁 시 피난민이 살기 시작하며 산등성이 판자촌이 생겨났다. 이것이 자연스레 마을이 되었다. 여기에다 1960년대의 고지대 개발로 집이 밀집한 산 중턱으로 길을 냈는데 이것이 산복도로의 시작이다. 부산에서 말하는 원도심은 중구와 영도구, 동구와 서구 등 옛 역사에서 부산부였던 지역을 일컫는다. 현대적 도시로의 부산이 처음 번성했던 부산항 인근 지역에 해당한다. 이 원도심이 관광자원화 되어, 무작정 찾아오기보다는 맘먹고 찾는 주제가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대 속의 근대랄까. 현대가 시작한 원점이랄까. 그 원도심을 살리자는 취지로 순환버스가 생겼다. 바로 만디버스다. 노선은 부산역(출발)-영도대교-흰여울문화마을-송도해수욕장-송도구름산책로-감천문화마을-아미문화학습관-누리바라기전망대-국제시장-용두산공원-보수동책방골목-석당박물관-닥밭골행복마을-금수현의 음악살롱-산리마을회관-민주공원-이바구공작조-유치환의 우체통-부산역의 순이다. 

 

이 만디버스를 타려면 부산역으로 가면 된다. 지정 정류장에서 버스요금을 내자 손목에 빨간 띠 하나를 채워준다. 만디버스라 적힌 이 띠는 원하는 곳에서 내려 구경한 후 다음 순환버스를 탈 때에 보여주는 승차권인 셈이다. 차도 운전사도 새빨간 옷을 입었다. 이렇게 새빨간 차를 타 본 적이 없다. 기분이 한껏 부푼다. 어디에 내릴 것인지 잘 생각해서 여행을 즐기라는 운전사의 안내와 함께 차는 출발한다. 승객은 이때부터 어디에 내릴 건지 생각하느라 마음이 바쁘다. 정류장에서 나눠주는 여행 안내서를 잘 보고 내릴 곳을 정해도 된다. 그러나 한 번 내리면 다음 차가 오기까지 30분이 소요되므로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굳이 도중에 하차하지 않아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부산 사람도 미처 보지 못한 부산의 속 풍경을, 부산항과 부산 시내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장관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여름철 에어컨도 시원하게 작동한다. 첫 경유지인 영도대교를 지날 쯤 천장의 유리 하늘 문을 활짝 열어준다. 뭉게구름이 머리 위에서 두둥실 떠간다. 승객들이 동시에 탄성을 터뜨리는데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한쪽엔 자갈치 시장이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선박이 정박한 평화로운 바다 풍경이다. 

 

차는 곧 내가 내릴 곳으로 정한 흰여울문화마을 정류장에 도착한다. 내린 사람은 나 혼자다. 부산에 살면서도 예능프로로만 봤던 마을이다. 바다를 바짝 끼고 가는 절영해안산책로를 따라 끝없이 걸어가고 싶어진다. 해안로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벼랑 위에 자리한 흰여울마을이 저만치 길게 바다를 보고 앉아있다. 미처 다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30여분이 순식간에 흘렀다. 달리다시피 하여 빨간 안내판이 있는 만디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한 숨을 돌리자 저만치에서 새빨간 버스가 반가운 모습을 드러낸다. 띠 두른 팔을 번쩍 들어 차를 세웠다. 

 

금수현의 음악살롱과 유치환의 우체통역에서 다시 하차했다. 한 곳에서 30분씩 소요했으니 기본 운행시간인 1시간 40분에 내가 머문 1시간 30분까지 합해 4시간여가 걸렸다. 하차한 구간과 다른 구간에 대해서는 ‘원도심 스토리투어’ 참가 후 차차 쓸 예정이다. 왕복 이차선인 산복도로엔 주차시설이 도로 아랫집 옥상에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만디는 산꼭대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주로 산만디로 표현되는, 경상도에서는 흔히 쓰는 말이다. 25인승 승합차가 새빨간 옷을 입고 천장에는 투명 개폐식 창문도 달았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하늘이 훤히 보인다. 비라도 내리면 운치가 그만이겠다. 버스 앞쪽 모니터엔 운행구간에 대한 해설이 친절하게 흘러나온다.


나이든 이는 이미 흘러간 추억의 공간을 찾아, 젊은이는 부모세대가 살았던 옛 도시의 정취를 찾아 오붓하게 찾는 곳. 이런 원도심에서는 법고창신이란 말이 절로 뇌어진다. 옛것이란 주춧돌이 없이 어찌 새것이 세워지겠는가. 원도심은 오래전 떠나온 고향처럼 아련하고 푸근한 정서를 안겨줄 것이다.


*같은 정류장에서 부산시티투어, 낙동강 에코버스도 탈 수 있다. 월요일은 휴무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하루 19회 운행한다. 요금은 성인 10,000원이며 청소년과 단체 탑승에는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세 버스의 요금은 다 합해 32,000원이나 1일 무제한 탑승권은 20,000원이다.(부산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참조)


















1.승객을 기다리는 만디버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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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유치환 우체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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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만디버스 하늘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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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만디버스 정류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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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디버스 노선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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