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터치] 사월, 그날의 바다 /김나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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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15 19:16:06
- | 본지 30면
다시 4월 16일이다. 국민에게 슬픔을 안긴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날이며, 개인적으로는 결혼기념일이다. 기념일에 앞서 착잡해지는 그런 날이다. 바야흐로 만화방창(萬化方暢)한 시절, 생명의 기운이란 다 들썩댄다. 그 정점인 사월도 중순. 각양 꽃이 연이어 피고 들에서 쑥 캐는 여인들 등 뒤로 아지랑이가 핀다. 이렇게 대지가 술렁이는 봄도 누구에게는 침통한 때임을 여지없이 떠올리게 된다.
몇 해 전 그날을 생각하면 한없이 섧다. 생이 막 피어나는 봄의 시기에 원통하게 생을 등진 그 많은 청춘이 가엾다. 그 사이 몇 번의 봄이 지고, 또 그 봄이 돌아왔다. 그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다기에 첫날 개봉관으로 달려갔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본 후엔 그 일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졌다. 꾸민 영화가 아니라 사실을 파헤친 영화라 그렇다.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는 이유다. 이제 사월은 그냥 잔인한 달이라기보다는 ‘그날의 바다’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 ‘그날, 바다’를본 소회다. 막연히 ‘안됐다’라는 감정이 아닌 깊은 슬픔이 북받친다. 함께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걸 갖게 된다. 눈물로 화장이 씻기도록 내버려 둔 채 본 영화다.
‘봄봄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이렇게 달콤한 로이킴의 ‘봄봄봄’ 노랫말과 멜로디가, 고인이 된 생기발랄한 소녀들이 찍은 동영상 뒤로 흐른다. 봄이 왔건만 그날의 아이들은 세상에 없다.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여행가는 즐거운 모습으로 시작한 영화는, 여고생들의 깔깔대는 생전 모습으로 끝맺는다.
그날 아침도 습관처럼 달력으로 눈이 갔다. 중요한 약속을 잊을까 싶어 자주 달력을 보곤 한다. 마침 내가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간 날이다. 철이 들기도 전에 한 결혼이라 그런지 썩 각별하게 챙기지 않는 날이다. 한데 어쩐 일인지 이날 아침엔 수선스럽고, 봄기운 탓인지 기분마저 처졌다.
그때 접한 뉴스 속보에 심장이 덜컥했다. 심상찮아 보였다. 놀랍게도 수학여행을 가던 생때같은 아이들이 수백 명이나 탔단다. 정말이지 일이 발생한 초기에는 누구나 그랬을 것처럼, 그대로 가라앉으리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 많은 생명이 스러지는 걸 구경만 했단 말인지. 그들의 창창한 생처럼 찬란한 그 봄날에. 영화에서 헬리콥터 날갯소리가 윙윙 들리는 당시 화면을 보면서, 아직 다 가라앉지도 않은 배에서 왜 아무도 나오지 않는지를, 왜 누구도 구조하지 않는가를 소리쳐 묻고 싶어졌다.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 가족이 아니라도 섧다. 너무나 서러워 절로 눈물이 흘렀다. 자식을 잃은 가족의 슬픔은 사위지 않는 고통임을 새삼 느꼈다. 그 비통함을 짐작한다는 말조차 조심스럽다. 나는 몇 해 전 그때, 유족에겐 미안하지만 속으로 다짐한 게 있다. 내 아이들이 어디에선가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욕심 내지 말자는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식은 그런 존재다. 이따금 속 썩는 일이 있을 때면, 그때 한 생각을 돌이키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몇 해 전 그날을 생각하면 한없이 섧다. 생이 막 피어나는 봄의 시기에 원통하게 생을 등진 그 많은 청춘이 가엾다. 그 사이 몇 번의 봄이 지고, 또 그 봄이 돌아왔다. 그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다기에 첫날 개봉관으로 달려갔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본 후엔 그 일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졌다. 꾸민 영화가 아니라 사실을 파헤친 영화라 그렇다.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는 이유다. 이제 사월은 그냥 잔인한 달이라기보다는 ‘그날의 바다’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 ‘그날, 바다’를본 소회다. 막연히 ‘안됐다’라는 감정이 아닌 깊은 슬픔이 북받친다. 함께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걸 갖게 된다. 눈물로 화장이 씻기도록 내버려 둔 채 본 영화다.
‘봄봄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이렇게 달콤한 로이킴의 ‘봄봄봄’ 노랫말과 멜로디가, 고인이 된 생기발랄한 소녀들이 찍은 동영상 뒤로 흐른다. 봄이 왔건만 그날의 아이들은 세상에 없다.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여행가는 즐거운 모습으로 시작한 영화는, 여고생들의 깔깔대는 생전 모습으로 끝맺는다.
그날 아침도 습관처럼 달력으로 눈이 갔다. 중요한 약속을 잊을까 싶어 자주 달력을 보곤 한다. 마침 내가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간 날이다. 철이 들기도 전에 한 결혼이라 그런지 썩 각별하게 챙기지 않는 날이다. 한데 어쩐 일인지 이날 아침엔 수선스럽고, 봄기운 탓인지 기분마저 처졌다.
그때 접한 뉴스 속보에 심장이 덜컥했다. 심상찮아 보였다. 놀랍게도 수학여행을 가던 생때같은 아이들이 수백 명이나 탔단다. 정말이지 일이 발생한 초기에는 누구나 그랬을 것처럼, 그대로 가라앉으리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 많은 생명이 스러지는 걸 구경만 했단 말인지. 그들의 창창한 생처럼 찬란한 그 봄날에. 영화에서 헬리콥터 날갯소리가 윙윙 들리는 당시 화면을 보면서, 아직 다 가라앉지도 않은 배에서 왜 아무도 나오지 않는지를, 왜 누구도 구조하지 않는가를 소리쳐 묻고 싶어졌다.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 가족이 아니라도 섧다. 너무나 서러워 절로 눈물이 흘렀다. 자식을 잃은 가족의 슬픔은 사위지 않는 고통임을 새삼 느꼈다. 그 비통함을 짐작한다는 말조차 조심스럽다. 나는 몇 해 전 그때, 유족에겐 미안하지만 속으로 다짐한 게 있다. 내 아이들이 어디에선가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욕심 내지 말자는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식은 그런 존재다. 이따금 속 썩는 일이 있을 때면, 그때 한 생각을 돌이키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그 봄이 또 찾아온 것처럼 시간은 하릴없이 흐른다. 벌써 사주기다. 설령 잊고 있다가도 이날만큼은 그들을 기억하면 좋겠다. 그리고 더는 모로 드러누운 배를 방송으로 내보내지 말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해 차마 볼 수가 없다. 볼 때마다 섬뜩해지는 그 장면은, 벤 자리에 소금 뿌리는 격이 아닌지.
꽃 진 자리에는 해가 바뀌면 꽃이 피고 싹이 움튼다. 무심하게도 사람이 떠난 자리엔 사위지 않는 고통만 옹이처럼 남는다. 지켜보는 이들은 떠난 사람과 남은 가족을 생각하며 측은지심과 연대감을 가져야 마땅할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아무 일 없듯 제 본연의 이치대로 흘러가고, 사람들은 차츰 그 일을 잊어갈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자료를 토대로 밝혀낸 진실은 규명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지영 감독의 용기가 결국 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영화를 보며 아픔에 동참하는 일이다. 봄의 정취에 겹다가도 사월 열엿새 이날엔 가여운 넋과 그 가족을 화살기도에 넣는 것이다. 곧 산벚꽃도 지고, 때죽나무 순백의 꽃이 조롱조롱 매달려 세상을 울릴 테지. 뒤따라 산딸나무 하얀 십자꽃잎도 하늘로 환히 펼칠 것이며. 마치 천상에 기도하듯, 추모하듯.
수필가
꽃 진 자리에는 해가 바뀌면 꽃이 피고 싹이 움튼다. 무심하게도 사람이 떠난 자리엔 사위지 않는 고통만 옹이처럼 남는다. 지켜보는 이들은 떠난 사람과 남은 가족을 생각하며 측은지심과 연대감을 가져야 마땅할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아무 일 없듯 제 본연의 이치대로 흘러가고, 사람들은 차츰 그 일을 잊어갈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자료를 토대로 밝혀낸 진실은 규명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지영 감독의 용기가 결국 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영화를 보며 아픔에 동참하는 일이다. 봄의 정취에 겹다가도 사월 열엿새 이날엔 가여운 넋과 그 가족을 화살기도에 넣는 것이다. 곧 산벚꽃도 지고, 때죽나무 순백의 꽃이 조롱조롱 매달려 세상을 울릴 테지. 뒤따라 산딸나무 하얀 십자꽃잎도 하늘로 환히 펼칠 것이며. 마치 천상에 기도하듯, 추모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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