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터치] 핑크라이트 석, 제발 좀 /김나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29 19:35:18
- | 본지 26면
대전에 일이 있어 갔다가 지하철을 탔다. 요즘, 임신부 배려석이 얼마나 배려받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보니 배려석부터 찾아봤다. 분홍색으로 좌석을 구분한 것도 부산과 다르지 않다. 마주한 자리 한 곳엔 임신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앉았고, 맞은 편 자리는 비어있다. 서서 가는 승객이 제법 있었는데도 그랬다. 내심 놀라웠다. 대전엔 시민의식이 자리를 잡았나 보다 싶었다.
부산도시철도 3호선 임신부 배려석 기둥엔 자리 양보 알리미 핑크라이트를 달아 놓았다. 발신기를 소지한 임신부가 가까이 오면 이 수신기가 신호를 감지하고 불빛을 깜빡이며 음성안내가 나온다. 임신부에게 자리 양보를 유도하는 장치다.
평소 3호선을 자주 탄다. 배려석이 비어있던 적이 별로 없다. 그 자리에 임신부로 보이는 사람이 앉았다면, 임신 초기라 표가 나지 않은 여성이 앉았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도 저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앉아있던 적이 대부분이다. 임신 초기는 피로감과 입덧 등으로 힘겨운 시기이다. 하지만 겉으로 표가 나지 않아 자리를 자발적으로 양보받기 쉽지 않다. 하니 그 자리를 양심껏 비워두면 앉을 자격이 되는 사람이 앉지 않겠나 싶어지는 것이다.
이 배려석에 민감해진 이유가 있다. 딸이 임신했을 때 그 자리가 비어있던 적이 없더라고 했다. 사람이 대부분 앉아있더라고. 배가 불러 표시가 날 때는 양보를 하는 이도 있었지만, 요는 출퇴근길이 힘들었다는 말이었다. 이 핑크라이트 시스템이 당시에는 없어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인구절벽이 눈앞인 시대에 임신부를 배려함은 당연한 일 아닌가.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5월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3호선에서나마 핑크라이트를 설치해 임신부를 배려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본다.
딸의 고충을 들은 이후로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을 눈여겨본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가임연령인지 아닌지를. 늙수그레한 사람이 앉을 때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말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은 젊은 남자다. 좌석을 왜 차별화했는가를 잠깐이라도 고민한다면 앉기 전에 한 번쯤 망설이게 될 것이다.
자리 좀 양보해 달라고 말할 임신부가 과연 있을까. 임신부로 보이는 여자가 옆에 서 있어도 핑크라이트까지 달린 배려석에 앉은 사람은 일어날 생각이 없다. 더군다나 그가 남자일 때 그 인격에까지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내 가족의 자리라 생각하고 비워두는 아량을 베푸는 건 어떨까.
어느 날 문학 행사가 끝나고 3호선을 탔을 때다. 먼저 탄 내가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고 그 옆자리에 앉는데, 동행한 남자가 비워둔 자리에 덥석 앉는 게 아닌가. 그가 앉으라고 비워둔 것도 아니건만, 화가 버럭 났다. 이 자리는 임신부 배려석이라고, 앉으면 안 된다고 정색하고 얘기했다. 그는 비어 있는 자리인데 왜 앉으면 안 되느냐며 생뚱맞다는 표정이었다. 딸의 경험담을 전하며 임산부의 고충을 설명했다. 미혼인 아들만 둘인 그는 이런 일에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해서 당신 며느리가 임신했는데 힘들게 서서 간다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날 이후로 그 자리가 비어있더라도 앉지 않는다고 했다. 배려석부터 앉으려는 사람들, 제발 좀 임신부 배려석이란 글자라도 읽고 앉기를 바란다. 기껏 만들어놓은 자리를 아무나 차지해 버리면 정작 앉아야 할 사람이 못 앉게 된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겠다.
더러 젊은이들이 배려석 옆자리에 앉는 걸 본다. 이는 조금씩 인식이 되어 가는 결과로 보여 기특하기까지 하다. 3호선에만 있는 이 핑크라이트 시행이 지하철 전 구간으로 확대되고, 임신부를 배려하는 시민의식도 성숙해지기를 기대한다. 이 자리가 앉아야 할 사람을 기다리며 비어있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싶다.
부산도시철도 3호선 임신부 배려석 기둥엔 자리 양보 알리미 핑크라이트를 달아 놓았다. 발신기를 소지한 임신부가 가까이 오면 이 수신기가 신호를 감지하고 불빛을 깜빡이며 음성안내가 나온다. 임신부에게 자리 양보를 유도하는 장치다.
평소 3호선을 자주 탄다. 배려석이 비어있던 적이 별로 없다. 그 자리에 임신부로 보이는 사람이 앉았다면, 임신 초기라 표가 나지 않은 여성이 앉았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도 저도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앉아있던 적이 대부분이다. 임신 초기는 피로감과 입덧 등으로 힘겨운 시기이다. 하지만 겉으로 표가 나지 않아 자리를 자발적으로 양보받기 쉽지 않다. 하니 그 자리를 양심껏 비워두면 앉을 자격이 되는 사람이 앉지 않겠나 싶어지는 것이다.
이 배려석에 민감해진 이유가 있다. 딸이 임신했을 때 그 자리가 비어있던 적이 없더라고 했다. 사람이 대부분 앉아있더라고. 배가 불러 표시가 날 때는 양보를 하는 이도 있었지만, 요는 출퇴근길이 힘들었다는 말이었다. 이 핑크라이트 시스템이 당시에는 없어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인구절벽이 눈앞인 시대에 임신부를 배려함은 당연한 일 아닌가.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5월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3호선에서나마 핑크라이트를 설치해 임신부를 배려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본다.
딸의 고충을 들은 이후로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을 눈여겨본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가임연령인지 아닌지를. 늙수그레한 사람이 앉을 때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말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은 젊은 남자다. 좌석을 왜 차별화했는가를 잠깐이라도 고민한다면 앉기 전에 한 번쯤 망설이게 될 것이다.
자리 좀 양보해 달라고 말할 임신부가 과연 있을까. 임신부로 보이는 여자가 옆에 서 있어도 핑크라이트까지 달린 배려석에 앉은 사람은 일어날 생각이 없다. 더군다나 그가 남자일 때 그 인격에까지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내 가족의 자리라 생각하고 비워두는 아량을 베푸는 건 어떨까.
어느 날 문학 행사가 끝나고 3호선을 탔을 때다. 먼저 탄 내가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고 그 옆자리에 앉는데, 동행한 남자가 비워둔 자리에 덥석 앉는 게 아닌가. 그가 앉으라고 비워둔 것도 아니건만, 화가 버럭 났다. 이 자리는 임신부 배려석이라고, 앉으면 안 된다고 정색하고 얘기했다. 그는 비어 있는 자리인데 왜 앉으면 안 되느냐며 생뚱맞다는 표정이었다. 딸의 경험담을 전하며 임산부의 고충을 설명했다. 미혼인 아들만 둘인 그는 이런 일에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해서 당신 며느리가 임신했는데 힘들게 서서 간다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날 이후로 그 자리가 비어있더라도 앉지 않는다고 했다. 배려석부터 앉으려는 사람들, 제발 좀 임신부 배려석이란 글자라도 읽고 앉기를 바란다. 기껏 만들어놓은 자리를 아무나 차지해 버리면 정작 앉아야 할 사람이 못 앉게 된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겠다.
더러 젊은이들이 배려석 옆자리에 앉는 걸 본다. 이는 조금씩 인식이 되어 가는 결과로 보여 기특하기까지 하다. 3호선에만 있는 이 핑크라이트 시행이 지하철 전 구간으로 확대되고, 임신부를 배려하는 시민의식도 성숙해지기를 기대한다. 이 자리가 앉아야 할 사람을 기다리며 비어있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싶다.
사실 대전 지하철엔 특별한 장치가 하나 있었다. ‘여기는 임신부 배려석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작은 쿠션을 안은 곰 인형이 좌석에 놓여 있던 거다. 곰 인형을 들어내면서까지 앉을 강심장은 없을 터.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지만, 어찌 되었든 효과가 있으니 깜찍한 발상이 아닌가. 곰 인형이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3호선 핑크라이트 발상도 대견하다. 시민 인식만 달라진다면 대전 지하철이 부럽지 않겠다.
3호선 핑크라이트 발상도 대견하다. 시민 인식만 달라진다면 대전 지하철이 부럽지 않겠다.
'◆국제신문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7회 기사- 가을터널을 지나는 중 (0) | 2018.11.17 |
---|---|
6회 기사- 양심과 수치 (0) | 2018.09.27 |
4회기사-[감성터치] 미운 새끼 경사 났네 (0) | 2018.06.27 |
3회 기사-[감성터치] 사월, 그날의 바다 (0) | 2018.06.06 |
2회 기사-[감성터치] 작심 석 달이 고비 (0) | 2018.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