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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

수국수국 수국이 피는 태종사

by 서정의 공간 2020. 9. 6.

수국수국 수국이 피는 태종사

사진 김나현

 

계간 『여행문화』 2020.9/10, 138쪽

 

 

매실이 노릇하게 익어갈 무렵이면 태종사 수국이 필 때다. 영도가 끝나는 곳에 있는 태종대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나는 태종산 자락에 위치한 태종사.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낀 태종대는 스무 살 시절이나 지금도 여전히 푸르다. 이곳을 일주하는 길은 한쪽은 수목이 우거진 야트막한 산이고, 다른 쪽엔 파란 바다가 멀리 펼쳐졌다. 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바다를 보며 걷다 보면 하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새어 나온다.

 

태종대는 입장료가 없다. 그저 간간한 바닷바람 쐴 여유만 챙기면 된다.

, 태종대에 오면 바다와 산을 끼고 걸어볼 것, 태종사에 핀 수국 군락에 취해볼 것, 유람선을 타고 켜켜이 비경인 태종대를 바다에서 바라볼 것, 등대 자갈마당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어볼 것, 회를 먹다 파도의 물벼락을 맞아볼 것.

 

태종대 입구에서 샛길로 나가면 감지해변이 나온다. 이곳에서 유람선도 타고 조개구이도 먹을 수 있다. 유람선에서 등대, 자살바위 자리의 전망대, 신선바위와 망부석, 깎아지른 해안을 보는 운치가 그야말로 통쾌하다. 멀리 오륙도가 보일 때쯤이면 배에서는 돌아와요 부산항노래가 흐르고, 배를 따르는 갈매기도 노래 따라 너울너울 날갯짓한다.

 

일주도로를 걷다 태종대등대로 내려가면 왜구에 끌려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이 있다. 선녀들이 놀고 갔다는 넓고 평평한 신선바위에 서면 망망대해에 뜬 주전자 섬도 가깝다. 이런저런 사연을 알고 길을 걸으면 걷는 재미도 있을 터. 걷기가 버거우면, 동화 속 자동차 같은 예쁜 순환열차를 타고 편안하게 몸을 맡기면 되니 걱정할 것 없다.

 

산자락으로 영산홍이 소복이 피거나 칡넝쿨이 넌출하게 늘어진 완만한 길은 바닷바람 쐬며 걷는 최고의 산책길이다. 무엇보다 소음에 시달린 귀가 가장 먼저 휴식하게 될 것이다.

 

초여름 태종사는 그야말로 수국수국 수국 천지다. 6월 중순께부터 꽃망울을 피우기 시작한 수국이 7월 초에는 경내 가득 흐드러져 절은 수국에 에워싸인다. 수십 년간 가꿔 온 이 절의 명물인 수국을 보려는 사람들이 꽃 피는 시기 맞춰 찾아온다.

세계의 다양한 수국을 구해다 심었는데 희한하게도 우리의 토양과 기후를 따라 꽃이 다 비슷해졌다고 한다. 꽃이 피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초록색이 분홍색으로 다시 보랏빛으로 변한다고, 태종사를 20년 전부터 드나들었다는 이가 들려준다. 한 줄기에 다양한 색의 꽃이 어우러진 까닭을 알겠다. 또한 꽃은 흙의 성질에 따라 산성흙에서는 푸른색을, 염기성 흙에서는 붉은색을 띠기도 한다.

 

각양각색 수국이 도량 가득 소복하게 핀 수국을 불두화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수국과 불두화는 그 잎 생김새가 다르다. 수국은 잎이 타원형이고 불두화는 세 갈래로 갈라진 차이가 있다. 해를 이어 열려오던 수국 축제가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취소됐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은 수국을 찾아와 그 앞에서 위로받고 미소를 찾는다.

 

수국보다 렌즈가 향하는 곳은 사람이다. 가족과 연인, 친구와 또는 혼자서 수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꽃 앞에서 찌푸리는 사람은 없다. 표정이 수국처럼 화사하다. 복슬복슬한 꽃송이는 탐스럽기 비할 데 없다. 이런 꽃을 보는 사람들의 미소 지은 표정을 담는 일도 즐겁다. 찍어온 사진에는 수국에 묻혀 더없이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들을 보면 또 흐뭇해진다.

 

태종사 조실 도성스님은 스리랑카 국립 승가위원회로부터 삼붇다 사사나 조띠까라는 칭호를 받았다. 스리랑카 불교계에 역사적으로 남길 인물이라 인정하여 수여 했다고 한다. 성철스님을 직계 상좌보다도 더 떠나지 않고 보필하신 분으로도 알려졌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해안 절경에 취해 활을 쏘며 즐겼던 곳이라는 태종대. 가슴이 답답하거나 바다를 보고 싶을 때 불쑥 달려가고 싶은 화통한 바다가 있는 태종대.

이 태종대의 추억은 늘 같은 길 위에서 쌓인다. 갔던 길을 또 걷곤 하기 때문이다. 칠월 초엔 수국을 보러 태종사에 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