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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우포

사월 초, 우포늪

by 서정의 공간 2006. 4. 4.

 

 

 

빈 우포에서


봄이 기웃대는 사월, 터질 것 같던 겨울의 잉잉거림이

돌돌  물결로 밀려든다.


오래된 습관처럼 불쑥 가방을 싸던 그  느닷없음으로

나는 지금 우포에 있다.


봄을 버티는 덩그런 기러기, 귀향무리 놓치고

허둥대는 눈빛이 망연하다.

내게, 저 기러기만큼 삶을 걸 간절한 게 있긴 한가


동심처럼 해맑은 태초의 땅, 움 틔우는 소리 가득하다

휘늘어질 왕버들 가지마다 지천으로 흐드러질 자운영 밭에

성급한 내 맘처럼 성큼성큼 물이 오르고 있다.


새벽안개 아침햇살에 스러지듯 슬며시 겨울이 물러가

잠시 무료한 때, 봄이 오는 말간 길목에는

뜬금없이 이곳에 있고 싶다.


서성이는 바람에 휘감겨 그 붉은 황토 바닥이

봄바람에 들쑤셔진 내 안처럼 자글거릴,

봄이 기웃대는 사월에는 우포에 있고 싶다.



2006.04.02 우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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