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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

태국로드투어1-여름 방콕을 읽다

by 서정의 공간 2018. 6. 27.





여름 방콕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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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파와 수상 시장과 메콩강 반딧불이 보트투어

-매클롱 철길시장, 그 좁은 길을 지나는 기차

-아유타야 역사공원의 머리 잘린 불상들

 

김나현(수필가, 여행작가)

 

여행 마니아가 찾는 도시 방콕, 방콕은 연중 덥다. 그래도 방콕은 한 번쯤 가보고 싶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하루 평균 최저기온이 20°를 웃돌고 최고기온은 35°에 이른다. 우리와 다르게 사월 기온이 가장 높다. 동남아 기후 특성상 우기와 건기가 뚜렷하게 나뉘며, 방콕의 경우 5월부터 10월까지 강수량이 급증해 비에 대비하라고 여행 정보마다 알려준다.

615, 방콕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검색해 본 그곳 주간 날씨는 26°~31° 정도. 최고기온에 육박하지는 않았지만 날마다 소나기 또는 낙뢰라고 나온다. 입을 옷을 고심하고 비를 대비했다. 그러나 막상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내렸을 때 하늘은 구름 없이 맑고 쨍쨍했다. 며칠 머무는 동안에도 잠깐 흐리기만 했을 뿐, 대부분 뜨거운 볕이 사우나 안처럼 전신을 휘감았다. 소나기는 밤에만 내리는지 아침엔 낮은 지면에 물이 고여 있곤 했다. 운이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비 때문에 여행에 차질을 빚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태국 중부 지역 여행은 암파와 수상시장(Amphawa Floating Market)과 메콩강 보트투어, 매클롱 철길시장(Maeklong Railway Market)과 기차, 아유타와 역사공원(Ayutthaya Historical Park)의 사원과 불상으로 요약된다. 이 외 역사유적과 쇼핑센터, 마사지, 음식 등 열거할 게 많다.

방콕 외곽에 위치한 이곳 공통점은 현지 주민의 삶 속에 역사가 현존하며 그 현재가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였다. 가장 전통적인 것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이자 색깔일 것이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문명의 화려함에서 벗어나 무채색의 시기로 회귀하려는 본성이 있는 것 같다. 진정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이런 토속의 편안함을 찾아 위안을 얻는다.

 

 

암파와 수상시장과 반딧불이 보트투어, 마사지

수상 시장이 궁금했다. 물 위에서 어떤 거래가 이뤄질까 하고. 이곳은 오래된 태국 특유의 재래시장이다. 담넌사두억 수상 시장이 작은 보트를 타고 개인 투어를 한다면, 이곳은 좀 더 큰 보트로 하는 단체 투어에 가깝다. 거래도 물 위에서보다는 운하 옆으로 늘어선 가게에서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운하에 기둥을 내리고 판자촌을 방불케 하는 수상 가옥이 즐비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태국 음식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더운 공기에 섞여 훅 끼친다. 시장은 금··일요일에만 열린다. 우리가 간 날이 금요일 오후였으니 시기를 잘 택한 셈이다.

방콕 공항에서 사뭇송크람 암파와 시장까지 두 시간 반가량이 소요됐다. 방콕 차량정체는 부산 출퇴근 시간대의 정체 구간이 무색할 정도다. 세계적인 규모의 도시임을 교통사태로 알겠다. 사방으로 뻗친 도로망에 갇힌 차량만 해도 수백 대는 되겠다. 도심을 벗어나자 차는 제 속력을 낸다. 시장이 눈앞인 NaNon 호텔에 짐을 풀고 시장 구경에 나선다.

 

메콩강은 폭우가 내린 후처럼 황톳빛을 띤다. 이따금 뿌리 뽑힌 수생식물이 둥둥 떠다닌다. 그런 강 위로 손님을 태운 작은 나무 보트가 사공을 따라서 오가는 풍경 속에 있자니 여행이 실감 난다. 폭이 십여m쯤 될까 싶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촘촘히 들어선 가게들. 환경에 최적화된 시장 문화가 이색적이고도 정겹다. 아기자기한 물건을 파는 상점과 먹을거리, 구경거리가 널렸다. 밤이면 운하를 밝히는 불빛이 이곳만의 운치를 자아낸다. 시장을 샅샅이 둘러보며 소박한 이곳 사람들과 현장을 보고 느낀다. 몰려든 여행객과 현지 서민의 삶이 섞여 수상시장을 유지되고 있다.

현지인들은 선풍기도 없는 노천 테이블에서 예사로 음식을 먹는다. 손 선풍기를 얼굴에 쐬며 다녀도 더위를 견디기에 역부족이다. 이도 여행이라 즐겁다. 일명 굴비라 부른다는, 전어처럼 생긴 생선이 반찬용으로 또는 먹을거리의 주류품목인 듯하다. 구워서 팔고, 한 마리씩 포장해서도 판다. 사탕수수가 원료라는 덩어리로 된 원당도 처음 접했다. 사탕수수가 원료라고. 당분이 설탕보다 현저하게 낮다는데 살 걸 하고 뒤늦게 후회한다.

운하 투어에 나섰다. 해가 이울 무렵 보트는 운하를 따라 달린다. 어둠이 내려앉는 운하 주변으로 쭉 뻗은 열대수가 스치고, 자연 강바람이 비단결처럼 얼굴을 스친다. 이따금 리조트나 민가의 불빛이 깜빡일 뿐 강변은 호젓하다. 시골에서도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는 유독 맹그로브 나무만 따른다고 한다. 그 나무에서만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인다. 환경이 그만큼 깨끗하다는 증거일 터. 이런 환경이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카메라도 꺼둔다. 어릴 적 고향 들길에 무리 지어 길 밝혀 주던 반딧불의 추억 속으로 젖어든다.

한 시간 반가량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내내 하, 좋다는 느낌으로 충만하다. 높은 건물과 번쩍이는 조명도 없는 고즈넉한 강변 풍광을 감상하며 발 마사지를 받는다. 발마사지 비용은 만 원가량으로 시간에 따라 다르다. 보트를 5인이 전세 낼 경우 4천 밧으로 14만 원가량이다. 환율은 밧당 35원쯤이다. 해거름 녘 보트를 타고 메콩강 원시의 편안함을 맛보기를 권한다.

다음 날 아침 시장 산책 나섰다. 전날의 북적거림은 사라지고 한산한 중에 영업 준비로 가게마다 분주하다. 오전 아홉 시 경이다. 밤 열 시쯤이면 문을 닫는다.


매클롱 철길시장, 그 좁은 길을 지나는 기차

 

세상에나. 기차가 가슴에 닿을 듯 지나간다. 발끝이 바퀴에 닿을세라 어어 소리 내고 배를 잡아당긴다. 가게가 빼곡히 들어선 시장 하늘을 가렸던 천막이 모세의 기적처럼 거둬지더니 기차가 들어온다. 천막을 걷던 남자가 나를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왜 그러나 했더니 하마터면 내 발등 위로 기차 바퀴가 지나갈 뻔했다. 천막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이 모습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객을 보며, 옛것은 다 버리고 신식으로 말끔하게 단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엔 동해남부선 폐선 길이 차츰 유명세를 치러 여행자가 찾아든다. 천혜의 경관이 한몫했겠지만, 철로를 걷어내지 않고 길을 보존한 덕분이다.

매클롱 시장은 조용한 강변 마을 옆에 위치한 재래시장이다. 자그마한 구역으로 구분된 점포엔 과일, 채소, 음식, 기념품 등 별것이 다 있는데 생선류가 많다. 상인들은 하루 네 차례 열차가 지날 때마다 천막을 접고 펼친다. 귀찮을 법도 하다. 기차가 지날 때 나와의 공간이 불과 몇cm 될까 말까. 상인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지역이 번성한다는 긍지도 있는지 투덜대지 않는다.

시장 거래를 일시 정지시킨 기차가 지나고 나면 다시 차일이 쳐지고 철로에는 사람으로 메워진다. 기차에 물건이 치거나 내 물건이 치일세라 조바심내는 상인도 없다. 환경을 느긋하게 받아들인 덕분일까. 이곳 철길시장은 방콕을 찾는 이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시장 끝 지점에 기차 종착역인 매클롱역이 있다. 역 주변에는 원색의 옷을 파는 가게가 있어 옷감을 만져보지만 대부분 두껍다. 볕이 강렬해 차단하는 기능도 있을 성싶다. 현지 옷을 입고 다니며 여행하는 티를 내고 싶은데 옷 치수가 대체로 작다. 만지작거리다 돌아서기를 여러 번이다.

 

 

아유타야 역사공원의 머리 잘린 불상들, 아유타야 국수

아유타야는 14~18세기까지 태국의 수도로 번영했던 도시다. 33명의 왕이 417년간 아유타야를 통치했으니 조선왕조에 버금가는 도시가 아닌가 한다. 태국을 보려면 아유타야 역사공원에 꼭 가보라고 추천한다. 불교가 국민 신앙일 정도다. 고도 아유타야(Ayutthaya)는 수십 번 외침 끝에 미얀마 군에게 멸망하고 붕괴한 왕국이다. 가장 번성했던 과거 왕조의 흔적과 전쟁이 남긴 상흔이 현재의 유적지가 되었다. 차창 밖으로 낡고 삭은 붉은 벽돌 사원이 스쳐 지난다. 불교를 숭배한 왕국이었던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번성했던 시기엔 인구가 100만 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주와 유사한 도시라고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몇 군데 들른 유적지에서 특이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불상 군이 하나같이 머리가 잘려나간 모습이다. 몸통만 남은 불상이 줄 서 있다. 불교가 얼마나 번성했는가를 짐작하겠다. 불상 머리를 자른 건 침략자의 소행일 것이다. 통째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 목만 댕강댕강 잘라 승리를 만끽했을 터다. 왓 차이왓타나람의 화장의식이 거행된 사원에서 앙코르 왓을 연상한다. 특히, 이곳의 정점은 왓 마하탓 지역 얽히고설킨 보리수나무 줄기에 낀 미소 띤 부처 얼굴일 것이다. 배배 꼬인 보리수나무 줄기에 얼굴이 꼭 끼어서도 미소 머금고 세속을 바라본다. 그 앞에서 지난 역사와 전쟁의 비극을 돌아보게 한다. 침략자는 수많은 불상의 목을 훔쳤을 것인바, 이 부처님은 어쩌다 보리수나무에 떨어져 불심을 지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부처 얼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고 줄을 선다. 나도 찍어보자고 서서 자세를 잡았더니 안내원이 와서 싯다운하란다. 부처님보다 더 높게 하지 말고 앉아서 찍으라는 뜻이었다.

왓 로까이 쑤타람의 와불 앞에 서면 그 규모에 놀란다. 운주사 와불처럼 하늘을 보고 누운 게 아니라, 신장 42높이 5m에 이르는 거대한 부처가 모로 누워있다. 싱긋 웃음까지 머금었다. 오른팔을 머리에 괸 세상 편안한 자세다. 실은, 부처가 열반에 드는 모습을 표현한 전형적인 열반상이다.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쭉 뻗었다. 불상에 금박을 입히며 공양하는 이곳 사람들이 와불에 금박 입히는 걸 막기 위해 그 앞에다 작은 부처를 모셔놓았다. 유적지에 입장할 때 짧은 치마나 짧은 바지를 입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허리에 두를 긴 치마나 스카프를 준비하거나 대여해서 입어야 한다.


아유타야 국수를 먹고 싶다는 일행이 있었다. 가업으로 대를 이어 운영한다는 길가 허름한 국숫집에 가니 앉을 자리가 없다. 현지인과 합석해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들어간 국수를 각 두 그릇씩 주문했다. 어떻게 두 그릇을 먹느냐고? 양으로 치면 그냥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먹성 좋은 남자가 젓가락에 둘둘 말아 올리면 단 한입에 먹을 정도의 양이다. 국수 반, 고기 반이다. 첫맛이 짜고, 맵다. 이런 태국 음식은 묘하게 중독성이 따른다. 돼지고기 국수는 15(525), 소고기 국수는 20(700), 싸다. 입가심으로 옥수수 하드를 먹었다. 옥수수 알이 통째 푸짐하게 박혀있다.

방콕 에필로그

 

태국에 갈 때 모자와 선글라스, 선크림은 필수로 챙겨야 한다. 작은 우산과 수영복도 챙기면 쓸모 있다. 마사지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머무는 며칠간 길고 짧은 마사지를 날마다 받았다. 굳은 어깨 근육을 풀고 마지막 날엔 오일 전신 마사지를 받는 호사도 누렸다. 그 마지막은 타이항공 실크라운지에서 받은 발마사지 서비스다. 바우바우(살살), 낙낙(세계) 정도는 알고 가면 좋다.

식당에 가면 음료수 주문부터 한다. 푸껫에서 먹고 그리웠던 땡모반이라는 수박 주스를 날마다 마셨다. 나물볶음 모닝글로리에 익숙해졌으며 팟타이, 수끼, 솜땀, 똠얌꿍과 코코넛 주스에 두리안까지 먹었으니 태국 음식 제대로 먹은 거다.

 

왓방쿵 사원 500년 수령의 보리수나무, SIAM 디자인 호텔의 인테리어, MK 레스토랑에서 먹은 수끼, ChangChui 갤러리의 오래된 것들, 오일마사지 받은 divana 스파, AVANI 쇼핑몰, 시장쇼핑의 성지 복합 쇼핑문화센터 아시아틱, Anantara 리버사이드 호텔 강변풍경과 수영장. 방콕의 더위와 맛, 어둑한 강변을 달리던 보트, 암파와 시장과 매클롱 철길시장 서민의 북적임, 라마2세 공원의 자전거하이킹.

이렇게 추억 여행하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강렬한 더위와 더불어 사는 그곳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한국가요 고장 난 벽시계까지 들먹이며 즐거움을 준 안내인 릭 여사에게 안부 전한다. 더워서 다시 가지 않을 것 같던 그곳이 슬슬 그립다. 방콕은, 태국은 그런 곳이다. 사 온 난초 향초로 눅눅한 집안을 말린다.

 

 

타이항공은 부산·방콕 간을 주 내내 날마다 운항한다. 부산 출발이 좋은 점은 오전에 출발하고, 밤 비행기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비행시간과 맞지 않아 일정에 차질 빚을 일이 없다. 꽉 찬 여행을 계산한 운항이다. 태국여행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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