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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

태국로드투어2-태국, 치앙마이에서 우정 쌓기

by 서정의 공간 2018. 9. 22.




태국, 치앙마이에서 우정 쌓기

-여행? 여기만 아니면 돼.

 

 

김나현

 

여행은 그 자체로 즐겁다. 신선한 풍경에 눈이 즐겁고, 맘껏 떠들어 입이 즐겁고, 그래서 몸도 마음도 가벼운. 그러나 이런 것들에 앞서 여행이 신나는 건, 바로 일상 밖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에 활력을 주는 여행이란 더 먼 곳으로 더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다.

떠나기로 했다. 절친 셋과. ‘여기만 아니면 돼.’를 외치며.

 

국내 배낭여행을 해마다 하는 친구 셋이 이번에는 좀 멀리 떠나자고 맘을 모았다. 울타리 안에서만 놀아야 하겠냐며 곗돈까지 모아가며 시간을 맞췄다. 각 집안끼리도, 서로의 남편과도 익히 아는 사이라 서로 간에 여행 일정을 준비하는 일은 순조로웠다.

여행은 여행 가기 전에 가방을 꾸리면서부터 시작된다. 가자고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설렘은 예고되고 시작된다. 우리는 6일 일정에 맞춰 날마다 바꿔 입을 옷과 신발, 의상에 맞춰 차림새를 완성할 모자까지 날짜대로 준비했다. 더운 지역으로 갈 것이라 가볍고 얇은 여름옷만 준비하는 데도 가방은 점점 불룩해졌다. 시끌벅적한 준비 끝에 드디어 출발한다.

목적지는 태국이다. 요즘 태국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배낭여행과 패키지여행으로 쉽게 선택하는 지역이다. 다섯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치앙마이 국제공항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 승합차에 올랐다. 패키지여행 할 때는 어떤 부류와 다니게 될지, 연령층이 어떠할지가 궁금하다. 며칠간 먹고 자고 함께 여행해야 하기에 일행의 첫인상에 신경이 쓰인다.


치앙마이 여행 일행은 우리 셋, 노부부 둘, 또래 남자 둘, 대학생 한 명으로 전부 여덟 명이다.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돼 부모와 자식 내외, 손자로 이뤄진 가족 구성원이라 해도 믿겠다. 아무튼 오붓해서 좋다. 이 오붓함이 나중에는 워낙 조용해서, 수다스럽고 명랑한 우리 세 사람이 없었더라면 승합차로 이동할 때나 관광할 때 분위기가 서먹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들 수다에 웃고, 차 안은 활기찼다. 오죽했으면 조폭 두목처럼 생긴 깍두기 머리를 한 남자 둘도 나중엔 농담까지 주고받을 수 있었겠나 싶다. 그들은 정말 그쪽 바닥 사람들인지 얼마나 뻣뻣한지 말 한 번 섞지 않았다. 무뚝뚝하게 입 다물고 있던 남자들과는 말 트자마자 헤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여행일정은 다음과 같다. 태국 말은 발음에서부터 쉽지 않다.


부산-치앙마이 고대도시 하리푼차이 유적지-버쌍우산마을-산캄팽 룽아룬 유황온천 체험-왓 쩨디 루앙 사원-치앙라이로 이동-백색사원 왓 롱쿤-롱테일 보트 탑승-코끼리 트래킹 체험-원주민마을 탐방-라오스, 태국, 미얀마 3국이 만나는 골든트라이앵글 뷰포인트-차이나타운-새벽 재래시장-원주민 마을 태국, 미얀마 매싸이 국경시장-산상 사원 왓 프라탓 도이쑤텝 전망대-로열 라차프륵 가든-치앙마이로 이동-김해공항

 

치앙마이에서 4~50분 달려 도착한 룽아룬 유황온천이 인상적이다. 실내 온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원 잔디밭 분수대에서 물이 솟구쳤는데 이게 온천물이니 놀랄 밖에. 그 물에다 달걀을 삶아내고 있었다. 실내 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상 온천에 발을 담갔는데 몇 사람 종아리에 모기 물린 자국처럼 불긋불긋한 점이 돋았다. 성분 때문인가 보다 여겼다.

구시가지 왓 쩨디 루앙 사원은 규모가 어마하다. 사적 같은 느낌인데 번쩍이는 금박도 없고 오래된 편안함을 안긴다. 천년고도 경주 어디에 남은 유적 같다. 한눈에 봐도 역사가 읽힌다

 

치앙라이 백색사원은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은 곳이다. 꿈에 나타난 어머니의 부탁으로 찰름차이 건축가가 지었다는 백색사원 왓롱쿤은 지옥과 극락세계를 새하얗게 표현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태국 고유의 문양이 조각된 사원 전체가 백색인데, 따가운 햇살이 쏟아질 땐 눈이 부실만큼 찬란하다.

해발 1,200m에 있는 산상 사원 도이쑤텝 야경은 금빛으로 휘황하다. 신비롭고도 경건한 분위기를 풍긴다. 저녁 무렵 이곳에 올라가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야경이 그만이다. 특히, 국왕 즉위 60주년 기념으로 만들었다는 로열 라차프륵 가든은 드넓고 푸른 정원이다. 이곳에서 친구가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혼쭐이 났다. 다행히 휴대폰은 놓아둔 자리에 그대로 있어 일행도 시름을 덜었다.

 

치앙마이와 치앙라이는 더운 날씨임에도 온천과 푸른 자연을 접할 수 있어서 더위에 고생하지는 않았다.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쇼핑하는 즐거움도 따랐다. 이곳을 여행하고 40쪽이 넘는 포토북과 사진 액자도 만들었다. 친구와 같이 찍은 당시 사진을 보면 싱긋이 웃음이 머금어지고 함께한 일행도 어렴풋하게 생각난다.

여행하게 된 그 시초는 내 신상에 닥친 변화였다. 해오던 일을 그만두니 시간 여유가 생겼다. 처음에는 경주로 온천여행을 가자고 했다가, 그 경비이면 제주도가 더 낫지 않겠냐고 하다가, 제주도 비행기 요금이면 외국도 갈 수 있다며 방향이 급선회한 결과다.


라오스가 포함된 태국이라 국경을 넘기도 했다. 숙소는 보통 21실로 쓰지만, 여자 셋이 일행이다 보니 간이침대를 들여놓았다. 라오스에서는 간이침대를 놓을 공간이 안 돼 부득이 한 사람이 혼자 1실을 써야 했는데, 서로 무섭다며 버티는 바람에 내가 혼자 자겠다고 선뜻 나섰다.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되는 건 아닌가 하고 무섭긴 했으나 별 일은 없었으니 다행이다. 이런 경험을 한 후로 여행을 셋이서 가는 건 되도록 삼가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것도 다 경험 덕분이지 싶다.

태국은 사찰 문화가 달라 처음엔 이질감도 든다. 그러나 자주 접하다 보면 그들만이 가진 정서와 문화를 바라보게 된다. 야시장, 재래시장, 국경시장, 새벽시장을 구경하며 순수한 서민 삶도 눈에 담았다. 특이한 점은 태국 옷감은 시원하고 질감이 좋다는 것이다. 원피스며 스카프, 바지 등 옷을 몇 개나 사 와서 잘 입고 있다.


여자 셋이서 하루는 그 나라 치마로 갖춰 입고, 또 하루는 빨간색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등 여행 분위기를 냈다. 이런 게 여행하는 맛이자 멋이라며 여행을 즐겼다.

깍두기 머리를 한 남자 두 명과는 여행 삼 일째쯤에야 말을 텄다. 두어 마디 말을 트고 보니 그들도 사람인지라 소통이 가능했다. 그러나 얼굴이 익고 말을 트자마자 여행이 끝나 버렸다. 일행과,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과 웃음이 기억에 선연하다.

여행은 어디를 가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는가도 중요하단 걸 여실히 체험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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