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토리투어⑤
부산 원도심, 그 숨은 매력 속으로
- 수영의 시간을 건너다
원도심스토리투어는 ‘이바구할배․할매’의 해설을 들으며 걷는다. 이는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부산의 원도심(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 지역에 산재한 근대역사 문화자원과 부산의 먹거리, 볼거리, 쇼핑을 연계해 만든 관광코스다. 각 코스는 아래와 같다.
-영도다리 건너 깡깡이길을 걷다
-용두산 올라 부산포를 바라보다
-이바구길 걷다
-국제시장 기웃거리다
-흰여울마을 만나다
-응답하라! 피란수도 1023
-수영의 시간을 건너다
맨 끝 두 코스는 최근에 보완됐다. 그간 바다에 인접한 동구와 중구, 영도구의 이바구길, 국제시장, 흰여울마을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접근이 수월한 수영 코스를 택했다. 부산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정기투어 날짜(토, 일)에 투어를 신청했다. 이번에는 수필을 쓰는 작가도 몇이 함께 했다. 물론 ‘이바구 할매’도 동행해 역사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새 코스가 생긴 걸 어떻게 알고 왔는지 대구에서 온 참가자도 있다. 부산 사람보다 더 부산 관광정보에 환한 그들이 대견하다.
시내와 인접한 광안리며 해운대, 지하철이 개통된 다대포, 달맞이 고개 너머 청사포와 송정까지, 풍기는 운치가 저마다 다른 바다는 물론이려니와 먹을거리도 풍성한 부산이 아닌가. 이런 부산을 취재 겸 여행하며 나름 둘러본 편이다. 그래도 아직 가지 못한 곳이 더 많다는 사실이 희망을 준다. 아름다운 부산을 속속들이 볼 생각은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생각만 했다. 원도심스토리투어로 부산을 부분이나마 들여다보게 되니 다행이다.
‘수영의 시간을 건너다’ 는 ‘수영팔도시장-수영성남문(수영사적공원)-곰솔, 푸조나무(수영사적공원)-안용복 장군 사당-25의용단-F1963-고려제강기념관’에 이르는 길이다.
수영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지역이다. 뒤로는 산세 수려한 금련산이 있고, 앞엔 광안리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조선 시대에는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있어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수영이란 지명도 수군절도사영의 줄임말에서 굳어졌다. 수영사적공원은 안용복 장군 충혼 사당을 포함해 충혼탑과 송 씨 할매당, 할배당 등 수영 사람들의 혼이 담겨있는 장소다. 수영 코스는 대부분 이 수영사적공원과 근방에 위치했다. 복합문화공간 F1963도 이곳에서 걸어 20분여 거리다.
팔도시장에서 여덟 명이 투어를 시작한다. 추석을 앞둔 때라 시장은 활기차다. 팔도시장의 시원 역시 조선 시대에 있다. 수영성 남문 터 좌수영장에 매월 5일, 10일이면 오일장이 섰는데 지금 시장의 유래가 되었다.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해 한 번쯤 궁금증을 품는다. 현 상가건물을 준공한 김팔도 씨의 이름에서 칭해졌다는 해설이다. 이곳도 전국 야시장 붐을 타고 저녁 일곱 시부터 열한 시까지 야시장이 열린다. 깔끔하게 정돈된 시장은 시골 오일장의 정겨움과는 거리가 좀 있다. 도심 속에 위치한 도시인의 재래시장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팔도시장 끝자락에서 수영성남문으로 연결된다. 남문인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을 들어서면 우람한 소나무가 늠름한 자태를 드러낸다. 천연기념물 곰솔이다. 시푸른 곰솔의 위용과 당당함에 감탄한다. 두 팔로 곰솔 둥치를 안고 향긋한 솔냄새를 맡고 싶은데 울타리가 쳐져 있다. 해송으로도 부르는 곰솔의 청청한 기운을 받는다.
수영사적공원엔 천연기념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푸조나무다. 수령이 500년을 넘었다. 줄기 둘레가 양팔을 벌려 네댓 번을 돌아야 할 만큼 우람하다. 가지는 치렁치렁 늘어져 주변에 그늘을 드리웠다. 당산목이며 지신목이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서낭당 할머니의 넋이 깃들어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이 노목 아랫부분은 용트림하듯 울퉁불퉁 뒤틀리고 거칠다. 어지간한 세파는 다 겪은 형상이다. 그 앞에서 백 년도 못살고 죽는 인간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생각한다. 겨울에 왔을 땐 잎 하나 붙어있지 않은 노거수였다. 혹시 죽은 게 아닐까 했는데 줄기가 넌출지다. 5월에 피운다는 꽃을 못 본 게 아쉽다.
가장 기대한 곳은 바로 F1963이다. 사적공원에서 걸어 20분여 걸리는 곳에 있다. 1963년은 고려제강이 수영구 망미동인 이곳에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다. “F”는 Factory를 뜻한다.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던 공장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함이 계기가 되었다. 지역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기존 건물의 형태와 골조를 유지하며 공간사용 용도의 특성에 맞추어 새롭게 고친 재생 건축공간이다.
이곳엔 YES24 중고서점과 TERAROSA 커피점, 복순 도가, 체코 전통 맥주를 마실 수 있는 Praha993이 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공간은 아무래도 커피를 마시는 테라로사일 것이다. 입구로 들어서니 기존 공장의 오래된 철판으로 되살린 커피바며 테이블이 눈길을 끈다. 천장에도 공장 당시의 설치물이 그대로다. 당시 사용한 발전기도 인테리어로 특별한 멋을 풍긴다.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었던 공장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 멋스러운 카페로 탄생했다. 어쨌든 오늘 최종 목적지는 이곳이었으므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사실 잠시 후 있을 야외공연을 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공연 장소는 커피점 넓은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F1963 중정이다.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지는 하늘이 열린 공간이다. 그림자가 차츰 동쪽으로 길어지는 시간, 차분해진 햇살이 중정 마당을 발갛게 비출 즈음 사람들이 객석 나무계단으로 나가 앉기 시작한다. 오픈 콜 공연이다. 우리도 객석에 자리를 잡는다.
젊은 밴드그룹이 Brass Rock & Roll 공연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브레이크댄스를 하는 비보이들의 유연하고 날랜 동작이 감탄을 자아낸다. 마지막 연극퍼포먼스는 앞 두 공연에 비해 다소 지루하다. 신체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연기하는 예술행위 감상은 좀 낯설다. 그래서일 게다. 처음엔 무력감, 권태를 표현하는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난해한 내용에 흥미를 잃었는지 관객 몇이 슬며시 자리를 뜬다. 예의를 지키자고 앉아있는데 내용이 예사롭지가 않다. 권태도, 무력함도 아니다. 전쟁과 폭력, 그에 희생된 여성의 문제다. 점점 빠져들 즈음, 온 힘을 다한 연기자의 얼굴은 홍조 띠고 땀범벅이 된다.
쾌적한 초가을에 운 좋게 본 공연으로 충만하다. 속 깊은 이야기를 품은 F1963은 배웅도 가볍지 않았다. 그곳을 나오다 본 석양빛에 물든 아파트 숲은 장관이다. 센텀시티 아파트 단지가 온통 황금색이지 않은가. 하루의 마무리까지 감동이 따른다. 왔던 길을 되밟아 수영사적공원으로 향한다. 그곳 민속예술관 놀이마당에서 수영야류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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